2012년 경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정보를 국정원 측에 흘려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병찬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결백을 강하게 주장했다.
김 서장은 28일 오전 경찰 내부망에 ‘김병찬 용산경찰서장이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저의 수사기밀 누출 혐의가 기정사실화한 것처럼 느끼는 분들이 많아 부득이 제 입장을 이렇게 알린다”고 밝혔다.
김 서장은 “2012년 대선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으로 근무하면서 선거사범 수사상황실을 총괄했다”며 “당시 국정원 안모 연락관은 서울경찰청을 담당하던 사람으로, 가까이하기엔 부담스럽고 고의로 멀리하기도 어려운 관계였다”고 한 뒤, “언론에 언급된 것과 달리 당시 안 연락관에게 국정원 여직원 아이디, 닉네임 등이 기재된 메모장 파일의 발견 사실 등 수사 상황을 알려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서장은 자신과 안 연락관이 당시 45차례 통화한 기록과 관련해서도 “그 당시에도 통화 문제가 불거져 적극 해명했다”며 “안 연락관에 대한 조사와 휴대폰 문자메시지도 확인해 수사결과 발표 시 반영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으나 당시 검찰은 안모 연락관에 대한 조사 없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안 연락관 전화가 오면 답변을 회피했거나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문자로 통화를 피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 서장은 다만 “발신번호 표시제한된 일반전화로 전화를 걸어와 안 연락관인 줄 모르고 받았다가 어쩔 수 없이 통화한 경우도 있었다”며 “임의제출된 노트북 하드디스크에 보안설정이 돼 있어 이미징(복제)이 어렵게 됐을 때는 제가 먼저 안 연락관에게 전화해 ‘국정원 내 전산 전문가를 서울청으로 빨리 보내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서장은 2013년 6월6일 검찰 참고인 조사 말미에는 자필로 “국정원 안 조정관(연락관)을 상대로 저와 통화 과정에서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했는지 신속히 조사해 결과 발표 시 반영해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쓴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11월 7일 안 연락관은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김병찬 수사2계장으로부터 수사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며 “이제 와서 검찰이 안 연락관을 다시 조사해 당시 증언을 번복하는 진술을 받아냈다는데 그가 위증죄로 입건되거나 기소됐다는 기사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서장은 최근 검찰의 용산경찰서 압수수색을 두고 “2013년 수사 당시 서울경찰청 압수수색이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지금 용산서와는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현직 경찰서장실을 압수수색하고 즉시 언론에 공개한 것은 용산서 직원들뿐 아니라 전체 경찰 사기를 떨어뜨린 일로 공감 받기 어려운 수사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 서장은 이날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국정원 측과 연락을 주고받은 경위와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 출석에 앞서 김 서장은 취재진에게 “수사상 기밀을 유출한 적이 없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대하겠다”고 말했다. 김 서장 게시글에는 검찰을 비판하고 김 서장을 응원하는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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