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진영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서희경(31) 선배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상 수상자이자 올 시즌 투어 2승을 거둔 고진영(22ㆍ하이트진로)이 미국 진출을 선언하기까지의 전후 사정을 털어놨다. 최근 경북 경주에서 본지와 만난 그는 미국 진출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서희경을 꼽았다. 서희경은 지난 2009년 KLPGA 대상 수상자이자 201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신인왕 출신이다.
고진영은 “어린 시절부터 (서)희경 언니를 동경하며 운동했고, 그 마음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많은 조언을 해주셨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즐겁고 행복하게 그 순간을 즐겨라’였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지난 달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미국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당일 밤 심경이 어땠는지 궁금했다. 고진영은 “늘 뒷바라지 해주시는 부모님과 매니지먼트, 스폰서 관계자 분들이 많이 생각났다. 그 분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미국행을 앞둔 선수들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는 언어다. 고진영은 그간 캐디 딘 허든(53ㆍ호주)과 호흡을 맞추며 영어 실력을 향상시켰다. 그는 자신의 영어 구사 능력에 대해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더 공부가 필요하다”고 웃었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체력 문제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는 “런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보강할 계획이며 건강식도 많이 챙겨 먹을 생각이다”고 전했다. “독립적으로 투어 생활을 할 것이다. 부모님께서는 간간히 (미국에) 오시기로 했다”고 말한 그는 “처음 경험해보는 부분들이라 걱정이 앞서지만 현지에는 훌륭한 선배들이 많다. 그들의 경험과 조언을 바탕으로 잘 적응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과 관련해서는 “?100야드 이내 웨지샷을 다듬어야 한다. 공을 원하는 곳에 안착시키는 능력을 더 기르고 싶다”고 고백했다.
LPGA 성공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승은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어떤 스포츠든 실력이 좋으면 항상 어떤 수준에는 머무를 수 있다. 가령 축구, 농구 등 스포츠도 강팀은 항상 4강, 8강 등 좋은 성적이 예상되지 않나”고 운을 뗐다. 이어 “꾸준히 ‘톱20’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되, 우승이 가시권이면 최선을 다해 쟁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고진영(왼쪽)./사진=KLPGA 제공.
그의 LPGA 진출은 시기적으로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기 안성맞춤이다. 올림픽 출전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한 인터뷰에서 LPGA 진출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꿨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라고 답변했는데 거기서 ‘또 다른 꿈’이 올림픽 출전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세계랭킹 1위와 올림픽 금메달은 욕심이 난다. 아마 모든 선수의 꿈이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고진영은 ‘그래도 이미 꽤나 성공한 선수다’는 말에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으로 본다면 아직 성공한 선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번도 1인자를 해본 적이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얼마나 가졌는가’ 또는 ‘얼마나 이루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만족하는가’이다”며 “많은 것을 가졌고 이뤘다 해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불행한 삶인가. 비록 부족한 것이 많지만 스스로 만족할 줄 알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여자골프가 유독 강한 것과 관련해 “비결은 정신력과 끈기라고 본다. 한국 문화의 특성이지만 선수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기까지 가족의 도움과 뒷바라지가 동반되는데 선수들은 이것을 알고 있다. ‘나의 승리는 곧 가족의 승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지향점으로 삼는 선수는 역시나 서희경이었다. 고진영은 “서희경 선배의 골프와 삶을 본받고 싶다. 짧았지만 임팩트있는 선수 시절을 보냈다. 지금은 SBS골프 해설위원으로, 두 아이의 어머니로 행복하게 살고 계시는 모습이 항상 부럽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진영은 인터뷰 말미에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돌아봤다. 그는 “앞으로 펼쳐질 상황 때문에 부모님께 예민하게 반응했었는데 죄송하다”면서 “늘 친구처럼 나를 대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팬들을 두고는 “딸처럼, 가족처럼 대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미국에 가면 팬 분들의 응원이 많이 그리워질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는 “한때 돌발적인 언행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앞으로는 겸손하고 행복하게 선수생활을 꾸려가겠다”고 다짐했다.
고진영은 조만간 작년 한 해 동안 함께 생활했던 트레이너를 보러 캐나다로 향할 예정이다.
경주=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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