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최근 8년 만에 ‘완전변경’(풀 체인지) 모델로 선보인 스포츠유틸리티(SUV) ‘더 뉴 XC60’은 수입차 중 디자인 면에서 한 획을 그었다.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현씨가 메인 디자인을 맡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사실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볼보 디자인의 장점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없는 편견을 만든다. 독일 벤츠와 BMW 등이 수입차 시장을 점령하면서 역으로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차가 돼버렸지만 희소성을 띤 XC60의 디자인은 운전자가 누려야 할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다.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경기 고양시의 킨텍스까지 XC60을 시승해봤다.
XC60은 지난해 선보인 상위모델 XC90의 디자인 정체성을 따르고 있다. 전면부 세로형 그릴 중앙에 위치한 아이언 마크와 스웨덴의 전설 ‘토르의 망치’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T자형 헤드램프 등이 특징이다. 쉽게 풀이하면 미국 마블 코믹스의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영화 캐릭터 ‘아이언맨’의 세련됨과 ‘토르’가 내뿜는 탄탄함을 차 이미지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여기에 XC60은 역동적인 이미지를 더욱 살렸다. 차 측면부 벨트라인이 후면으로 갈수록 상승하면서 일직선 형태인 XC90보다 속도감을 강조했고, 후면부엔 볼보 최초로 적용된 L자 형태의 발광다이오드(LED) 램프가 위쪽에서부터 아래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로 안정감을 줬다. 볼보는 현재 방영 중인 MBC월화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에 XC60을 협찬하며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차 색상을 선보이고 있지만 XC60의 대표(시그니처) 색은 단연 ‘흰색’이라는 생각이다.
실내 디자인과 편의성도 뛰어나다. 차 운전석에 타면 가장 중에 띄는 건 전면 센터보드 위에 장착된 영국 하이엔드 스피커 ‘바워스 앤 윌킨스’(B&W)다. 1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 자동차에 탑재되던 스피커를 볼보가 처음으로 6,000만원대(XC60) 모델까지 확대, 적용했다. 스피커를 켜면 자동차가 고급스러운 음악공간으로 바뀌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음향 모드는 콘서트홀, 개별무대, 스튜디오의 3가지를 제공한다. 실내는 천연 우드트림과 나파가죽이 적용돼 안락한 느낌이 강하고 센터패시아 중앙에는 9인치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차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가 편리하다.
주행성능도 나무랄 데 없다. 가속페달을 밟자 묵직하면서도 빠르게 속도를 치고 올라갔다. 세단보다 덩치 큰 SUV이지만 움직임은 민첩했다. 키 2m가 넘는 국내 대표 농구선수 서장훈에게 센터 포지션이 아닌 가드를 맡겼는데 상대팀 선수들을 현란한 드리블로 제치는 느낌이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 XC60(가솔린 엔진 T6)엔 4기통, 8단 자동변속기가 조화를 이룬 볼보의 최신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 적용됐다. 최대출력 320마력, 최대토크 40.8㎏ㆍm의 성능을 낸다. 볼보 관계자는 “차체 무게의 경량화에 집중해 기동성을 살렸다”며 “공차중량은 디젤이 1,880kg, 가솔린 모델이 1,950㎏”라고 설명했다. XC60은 디젤 엔진인 D4와 가솔린 엔진인 T6 두 가지 엔진으로 출시되며, 판매 가격은 트림에 따라 6,090만~7,540만원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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