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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엄마의 관리는 멈추어야 한다.

입력
2017.11.28 12: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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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모와 아이 사이가 자꾸 어긋나는 걸까? 부모가 학(學)부모가 되면 곧 학(虐)부모가 된다고, 부모의 욕심이 화근이라는 시각이 있다. 반대로 중2병이라는 말처럼 주로 아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나는 부모도 아이도 아닌 둘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규정하는 학부모 문화에 주목한다. 대한민국 학부모 문화를 사교육지향성, 엄마주도성, 성적지향성, 정보의존성으로 정의한 연구가 있다. 한 문장으로 연결하면 엄마 주도로 사교육 정보를 수집해 아이 성적을 관리한다는 말이 된다. 부모교육을 하면서 가끔 하는 말인데 엄마들 대부분이 수긍한다. 더 이상 부모이기를 포기하고 관리자로 전락했다고 비난해도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어린 아이는 자신을 보호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관리자인 엄마는 조기교육에 빠져 아이에게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심리상태가 아니다. 온갖 비교와 경쟁 분위기에 노출된 아이가 자존감을 잃지 않으려면 진정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관리자인 엄마는 경쟁에 유리한 정보를 찾다가 오히려 불신만 키운다. 친구끼리도 왕따가 있는 삭막한 상황에서 아이는 자신의 처지에 공감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관리자인 엄마는 그럴 마음의 여유가 거의 없다. 관리자인 엄마는 아이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감정과는 정반대의 감정을 느끼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감대가 거의 없는 사이, 오히려 적대적 감정을 유발하는 사이가 어찌 어긋나지 않겠는가.

관리하는 엄마도 관리 받는 아이도 일상이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는 혼자 있고 싶은데 엄마는 관리 밖으로 도피하려는 시도처럼 여겨져 불안하다. 아이는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데 엄마는 관리를 거부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초조하다. 아이는 불가피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데 엄마는 자신의 관리가 실패한 것 같아 견딜 수 없다. 지금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신이 아이를 관리하지 않으면 아이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강박에 빠져 있다. 다양한 매체와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정보는 사실상 아이의 미래를 협박하고 있지 않은가. 최신 정보를 수집하여 아이를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거라는 불길한 예측이 너무 거세다. 아이에게 심각한 조짐이 나타났으니 서둘러 아이를 치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위협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 그런 말에 넘어가 아이에게 하나 둘 사교육을 시키고 자신은 그 효과를 관리하는 사람이 된다. 어느새 관리하지 않으면 도저히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불안한 아이라는 인식이 엄마 마음에 선명하게 자리잡는다. 아이를 믿고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할 수가 없다. 관리 아니면 방치라는 프레임에 갇힌다. 관리자가 되지 않으면 부모역할을 포기한 것 같은 죄책감까지 느껴야 한다.

관리하는 엄마들에게 공교육은 계륵일 따름이다. 자신의 관리력으로 좌지우지할 수 없기 때문인데 반면 사교육은 자신의 뜻대로 마음껏 할 수 있어 마음에 든다. 그렇게 사교육 공화국이 되었고 아이들은 사교육 더 시키기 경쟁이라는 지옥에 떨어졌다. 과연 누구의 잘못이고 책임인가? 하지만 지금 시급한 것은 무너져가는 부모와 아이 사이다. 지금 아이와의 갈등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 특히 엄마들은 알아야 한다. 아이가 철이 없어서 그런 것도, 엄마가 부모로서의 자질이 부족해서 그런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엄마를 사교육 소비자로 전락시켜 그 효과를 관리해야 하는 처지로 몰고 간 잘못된 교육현실과 왜곡된 학부모문화 탓이라는 진실을 알아차렸다면 관리를 깨끗이 포기해야 한다. 그 동안 관리 받느라 멍과 상처투성이가 된 아이 마음에 접속해야만 한다. 아이의 진심을 만나면 관리하고 싶은 욕망도 사그라질 것이 분명하다.

박재원 학부모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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