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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 “월드컵서 왼발의 마법사 명예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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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 “월드컵서 왼발의 마법사 명예회복”

입력
2017.11.28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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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파 빠진 신태용호 소집

내달 일본서 동아시안컵 나서

24명 중 최고참 의지 활활

“2010년 아르헨전 슈팅 미스

내년 러시아서 한 풀겠다”

염기훈은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가슴 속 응어리를 풀겠다는 다짐이다. 사진은 지난 10일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슈팅을 날리는 모습. 수원=연합뉴스
염기훈은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가슴 속 응어리를 풀겠다는 다짐이다. 사진은 지난 10일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슈팅을 날리는 모습. 수원=연합뉴스

“월드컵에서 맺힌 한은 월드컵에서 풀 수밖에 없다.”

황선홍(49)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 감독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황 감독은 1994년 미국월드컵 때 몇 차례 찬스에서 때린 슈팅이 골문 위로 떠 ‘국민 역적’ 불명예를 떠 안았다. 동네 축구를 할 때도 슈팅이 뜨면 어김없이 “황선홍이냐”는 비웃음을 받았다. 한국 축구 최고 스트라이커라는 명성은 하루 아침에 땅에 떨어졌다. 황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직전 불의의 부상을 당해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러나 서른 다섯의 나이에 출전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마음속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었다.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폴란드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그가 넣은 환상적인 선제골은 한국을 ‘4강 신화’로 이끈 시금석이었다. 황 감독은 “월드컵에서 못 넣은 1골은 아시안게임, 올림픽 그 외 어떤 A매치에서 넣은 10골로도 만회가 안 된다. 그 한을 풀 수 있는 건 오직 월드컵 득점 뿐”이라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2002 한일월드컵 폴란드전에서 첫 골을 터뜨린 황선홍(오른쪽).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2 한일월드컵 폴란드전에서 첫 골을 터뜨린 황선홍(오른쪽). 한국일보 자료사진

황 감독처럼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명예 회복’을 다짐하는 선수가 있다. 축구대표팀 측면 공격수 염기훈(34ㆍ수원 삼성)이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다음 달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앞두고 27일 울산에서 소집됐다. 한국은 9일 중국, 12일 북한, 16일 일본과 차례로 맞붙는다. 이번 대회에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를 부를 수 없어 한국, 일본, 중국 프로리그 선수들로만 구성됐다. 동아시안컵에서 신 감독에게 합격점을 받는 선수들이 1차적으로 살아남아 앞으로 유럽파 선수들과 월드컵 최종 엔트리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27일 울산에서 대표팀이 소집된 가운데 훈련 전 인터뷰에서 밝은 표정으로 질문에 답하는 염기훈. 대한축구협회 제공
27일 울산에서 대표팀이 소집된 가운데 훈련 전 인터뷰에서 밝은 표정으로 질문에 답하는 염기훈.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번에 신 감독에게 부름 받은 염기훈도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후 황선홍 감독만큼 많은 비난에 시달렸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0-2로 뒤지다가 1-2까지 따라붙었고 염기훈이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회심의 왼발 슈팅은 골문을 벗어났고 한국은 2골을 더 내줘 1-4로 무릎을 꿇었다. 나중에야 그라운드에 살얼음이 살짝 덮여 있어 볼 처리가 쉽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팬들은 염기훈을 그냥 두지 않았다. 왼발 킥이 뛰어나 ‘왼발의 마법사’로 불렸던 그를 팬들은 ‘왼발의 맙소사’ ‘의족 슈팅’이라고 비웃었다. 염기훈의 축구인생에 가장 힘든 시기였다. 내년 러시아 월드컵이 그에게 마지막 기회다. 이번에 선발된 24명 중 염기훈은 최고참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황선홍 감독과 비슷한 나이에 또 한 번 월드컵 무대를 꿈꾼다는 점도 같다.

사실 염기훈은 전임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 시절 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는 당시 “대표팀에 나보다 좋은 후배들이 많다”며 태극마크에 큰 미련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 부임 후 달라졌다. 붙박이 주전은 아니지만 교체로 꾸준히 중용됐고 출전한 경기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와 특유의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활력을 불어넣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염기훈은 이날 훈련 전 인터뷰에서 “몸 관리만 잘되면 기회가 오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태용 감독님이 나이에 상관없이 뽑는 게 나에겐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러시아 월드컵은 나이에 상관없이 욕심난다”고 말한 뒤 “이번에 잘 해서 앞으로 유럽파와 경쟁하는 무대에도 서겠다”고 다짐했다.

27일 울산에서 소집된 대표팀이 본격 훈련에 앞서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7일 울산에서 소집된 대표팀이 본격 훈련에 앞서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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