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시한(12월 2일)이 눈앞인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 심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주까지 진행된 감액(減額) 심사에서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보상, 아동수당 도입 등 172개 항목 25조원 규모 사업이 보류됐다. 여야 합의와 정부 동의까지 필요해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증액(增額) 심사는 이제야 시작됐다. 여야는 27일 예결위 간사가 참여하는 ‘예산안조정 소소(小小)위’를 가동하는 한편 3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가동해 지도부 차원의 절충에 나서기로 했다.
전망은 어둡다. 공공부문 증원과 복지 관련 예산은 여야 간 이견이 커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예결위 차원이 아닌 여야 지도부 비공개 협상 틀이 가동된 것도 우려를 더하게 한다. 시간에 쫓겨 마련된 밀실 협상은 합리적 조정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주고받기 식 졸속ㆍ부실 심의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잘못된 관행인 민원성 쪽지예산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쪽지예산을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부정청탁으로 해석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증액이 여전한 게 현실이다.
더욱 큰 문제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끝까지 반대하면 법정시한 내 예산안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여야가 이달 말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정부예산안은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하지만 표결 통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116석 의석을 지닌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심사를 마치지 못한 근본 책임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정부여당에 있다”며 “현재 국회 상황이 여소야대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여당이 본회의 자동 상정을 기대하며 적극적 협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표 대결로 예산안을 부결시킬 수도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야당이 예산안 처리를 적폐청산이나 인사문제 등 정치상황과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다수 의석을 앞세워 법안을 일방 처리하거나 물리적 충돌이 잦았던 구태를 근절하기 위해 여야 합의로 만든 개정 국회법이다. 한국당이 정략적 의도로 발목을 잡는다면 국회선진화법 취지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다. 여당도 야당 협조 없이는 예산안 통과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 좀 더 낮은 자세로 협치 복원에 나서야 한다. 여야는 민생을 염두에 두고 신속히 예산안 처리에 힘쓰기 바란다. 나랏돈이 꼭 필요한 데 만 쓰이도록 효율적 배분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급할수록 졸속심의가 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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