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와 영국군이 상대국에서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문부대 지위협정’(VFA) 체결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영국을 사실상 ‘준동맹국’으로 여겨 방위협력을 확대하고 북한 핵ㆍ미사일 사태에 따른 한반도 문제나 동ㆍ남중국해 정세에 공동대비할 태세다. 마치 100년 전 러시아 견제를 위한 ‘영일동맹’을 연상케 하는 일본의 행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양국 정부가 공동군사훈련 등을 원활히 하기 위해 VFA 체결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27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내달 14일 런던에서 열릴 외교국방장관회의(2+2)에서 공동훈련 강화방침을 확인하고 내년에 VFA 체결 문제를 본격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영국과 방문부대 지위협정 논의를 개시하면 2014년 협의를 시작한 호주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현재는 영국군이 공동훈련을 위해 일본에 체류할 경우 ▦휴대 물품의 관세 면제 ▦무기와 탄약반입 허가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VFA를 체결하면 이 과정이 불필요하게 되거나 대폭 간소화된다. 영국 공군은 지난해 일본을 방문해 처음으로 양국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내년엔 영국 해군의 최신 항공모함이 일본 주변 해상에 전개, 자위대와 훈련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특히 내달 양국 외교국방장관회의에선 신형 공대공 미사일의 시험제작 방안에 대해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 6개국이 공동개발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에 일본산 고성능센서를 조합해 명중도를 향상하는 것으로, 시험제작이 성공하면 실용화를 위한 공동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이 동맹국인 미국 이외의 국가와 공대공 미사일 공동개발에 나서는 첫 사례가 된다.
VFA는 공동훈련과 재해구호 등 일시적으로 상대국 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군의 지위를 정하는 협정이다. 장기 주둔을 전제로 한 미일지위협정(SOFA)과 달리 사건사고의 재판권 등은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영국과의 군사협력을 꾸준히 추진해 2013년 7월에 군사장비공동개발 협정을 맺었고 올 1월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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