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아들 운전병 발탁은 특혜”
이석수 전 靑 특별감찰관 법정증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 등의 사찰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다. 지난해 11월 개인비리 및 직무유기 등 혐의로 첫 검찰 조사를 받은 이후 4번째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은 29일 오전 10시 우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이 전 감찰관과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문체부 간부 등의 사찰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또 우 전 수석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에게 이 전 감찰관 등의 뒷조사를 지시했고, 사찰 동향을 담은 보고서를 비선으로 서면 보고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전 특별감찰관 뒷조사 배경에 우 전 수석의 개인 비위 감찰을 방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한편 이 전 감찰관은 이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우 전 수석 아들이 의경 시절 특혜를 받고 운전병 보직을 받았다는 얘기를 담당자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27일 열린 우 전 수석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감찰관은 우 전 수석 아들이 운전병으로 발탁된 경위에 대해 “경찰에 파견된 직원을 통해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니 명백한 특혜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우 전 수석 자제를 운전병으로 뽑은 사람에게 어떤 사람을 운전병으로 뽑는지 물었더니 ‘건강 좋은 놈을 뽑는다’고 했다”며 “그런데 왜 훈련소부터 병원 입원 기간이 길었던 우 전 수석의 아들을 뽑았느냐고 물으니 전혀 대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담당자가 ‘청탁을 받은 건 맞지만 누구 청탁인지는 말 못한다’고 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또 “병역 특혜 의혹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처음에는 협조를 할 것처럼 자료도 보여주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자료 제출에 소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 등 사유를 대면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이미 특별감찰관실에서 확인한 내용도 협조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이 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 이 전 감찰관은 “이유는 모른다. 뒤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처음에 협조했던 직원들이 질책을 받았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 아들은 지난 2015년 의경으로 복무하던 당시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 배치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경찰청 운전병으로 전보 돼 ‘꽃보직 특혜’ 논란을 일으켰다.
이 전 감찰관은 우 전 수석이 자신에게 강하게 서운함을 드러냈던 당시 상황도 밝혔다. 검찰이 “정강(우 전 수석 처가 회사) 감찰에 착수하자 우 전 수석이 ‘선배가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 다음 주만 되면 조용해지는데 성질 급하게 감찰에 착수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냐”고 묻자 “네. 섭섭하다는 취지였다”고 답했다. 이 전 감찰관은 우 전 수석의 검찰 1년 선배다. 한때 ‘호형호제’할 만큼 가까운 사이였던 이들은 사건이 불거진 후 이날 법정에서 처음으로 대면해 서로 아무런 말도, 시선도 주고 받지 않았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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