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예금보다 만기 금리 높아
“시중자금 충분히 끌어들일 것”
발행어음 기반 CMA도 출시

한국투자증권이 업계 처음으로 내 놓은 발행어음 상품이 첫날 4,000억원 이상 판매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1년 만기 금리가 연 2.3%로 은행 예금보다 높은 게 인기 요인으로 풀이된다. 시중의 단기자금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7일 첫 발행어음 상품인 ‘퍼스트 발행어음’을 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업무를 신청한 증권사 중 유일하게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곳이다. 특히 이날 발행어음 판매액은 오후 5시 기준 총 4,141억원에 달했다. 연말 자금 조달 목표인 1조원의 절반 가까이를 하루 만에 판매한 셈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의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되는 금융상품으로 예금자 보호가 안 된다. 그러나 발행사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갖춘 만큼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발행어음은 이자가 은행 예금보다 높다. 수시 입출금 가능 여부에 따라 ‘수시형’과 ‘약정형’으로 나뉘는데 수시형의 수익률은 연 1.2%로 책정됐다. 약정형은 가입기간에 따라 7~180일의 경우 1.2~1.6%, 181~270일 2.0%, 271~364일 2.1%, 365일은 2.3%의 차등 수익률을 제공한다. 최소 가입 금액은 100만원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는 1.48%(27일 기준)다. 다만 발행어음 수익률은 저축은행 정기예금 1년 만기 평균금리인 2.37%에는 못 미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위험 대비 수익률로 보면 투자자를 유인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시중자금을 충분히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허욱 금융투자협회 증권지원부장도 “원리금이 확정되고 1년 이하로 발행되기 때문에 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법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내놓았다. CMA는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맡겨도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단기간 자금을 운용하는 데 유리한 증권사 통장이다. 투자처에 따라 환매조건부채권(RP)형, 머니마켓펀드(MMF)형 등이 있는데 이번에 발행어음을 기반으로 한 CMA도 출시되면서 선택폭이 넓어졌다. 연 수익률은 1.2%로 최소가입금액 제한이 없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사 영업부에서 퍼스트 발행어음 1호 고객으로 가입했다. 유 사장은 “업계 최초로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기업금융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모험자본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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