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 100여명 서명운동ㆍ퇴진 요구
“감언이설로 박봉 코치 맡겨놓고
종처럼 부려먹다 약속이행 요구하면
돌아온 것은 폭언ㆍ모욕으로 자진사퇴
토사구팽 반복 더 이상 좌시 못해”

경북 안동지역 축구계가 시끄럽다. 일부 축구인들이 신흥 축구명문으로 부상한 특정학교 현직 감독을 대상으로 퇴진서명운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퇴진운동에 나선 축구인 대부분이 퇴진 대상자의 제자이거나 코치 등으로 호흡을 맞췄던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안동지역 축구계에 따르면 지역 축구인 100여 명은 현직 안동 Y고 축구팀 C감독이 수십년간 제자들에게 횡포를 부렸다며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대표 5명을 이 학교에 보내 감독교체를 촉구하고, 불응할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했다.
안동시축구협회에 따르면 C감독이 재직중인 Y고 축구팀은 지난해 창단 후 전국대회 8강 및 도민체전 우승 등 단기간에 뛰어난 성적을 거둬 축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퇴진운동에 나선 축구인들은 대부분 C감독이 그 동안 감독을 맡아온 학교의 제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코치로서 호흡을 함께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C감독은 30여 년간 안동지역 고교 축구감독을 맡으면서 제자들에게 ‘기간제 교사를 시켜주겠다’, ‘감독 자리를 물려 주겠다’는 등의 감언이설로 박봉의 코치를 맡게 한 뒤 토사구팽시키는 일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C감독의 말만 믿고 몇 년간 혹사를 당하다 약속이행을 요구하면 학부모와 제자들이 있는 자리에서까지 심한 욕설과 모욕을 주는 등 스스로 그만두게 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코치들은 그 충격으로 축구를 아예 그만두는 일도 벌어졌다.
초중고 축구팀의 경우 감독은 축구선수 출신 정규직 교사가 맡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코치는 대부분 박봉의 비정규직이다. 인건비 대부분을 선수 학부형이나 동창회에서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월급이 20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수십 년간 곪을 대로 곪은 게 뒤늦게 터진 것”이라며 “학교 측이 연내에 가시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고교생 선수들의 피해를 막고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다른 비리를 공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감독은 “당장이라도 옷을 벗을 각오가 돼 있지만, 축구 불모지 안동에서 30여 년간 국가대표 등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는데 제자들과 다투는 모습으로 비춰져 안타깝다”며 “코치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명예롭게 퇴진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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