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사임’ 여파로 42일간 공전된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27일 재개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로 또 재판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상태가 재판에 출석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 28일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궐석재판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혔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다시 열린 박 전 대통령 공판은 30분 만에 종료됐다. 서울구치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허리 통증과 무릎 부종으로 진통제를 처방하고 있어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치소는 ‘전직 대통령 신분을 감안해 강제 인치는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변호인단 총사퇴,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 새로운 국선 변호인 5명 선정 등으로 재판이 공전하는 것을 지켜본 재판부는 불출석한 사유가 건강상 이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박 전 대통령에게 ‘최후 통첩’을 했다. 재판부는 “구치소 보고서에 의하면 거동할 수 없을 정도의 불출석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계속 거부할 경우 공판을 진행할 수 있고 그럴 경우 박 전 대통령이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음을 설명한 뒤, 또 다시 거부하면 그때 가서 재판부가 합의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28일 오전 예정된 재판에도 나오지 않으면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궐석재판’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형사소송법 제227조에 따르면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이 피고인을 강제로 데려올 수 없을 경우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공판절차를 진행하는 궐석재판이 가능하다.
이럴 경우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방어권에 큰 손해다. 박 전 대통령은 기존 변호인단의 사임으로 조현권 변호사 등 새로 꾸려진 국선 변호인단의 접견 요구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선 변호인은 “그 동안 접견을 원한다는 서신을 3차례 보냈지만, 첫 번째 서신에 대한 회신에서 접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정중히 전해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연락을 구치소 측으로부터 받았다”며 “이후 두 차례 보낸 접견 서신에 대해선 답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 부장판사는 “혐의를 반박할 기회를 주는 게 재판인데, 박 전 대통령은 재판 결과를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전략을 세운 모양새지만 결국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궐석재판 가능성을 열어둔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1심 심리를 빠르면 내년 1월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가 다음 달 18일까지 증인신문 기일을 잡아놓은 것도 박 전 대통령의 출석 여부와는 별개로 재판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원 안팎에선 종전처럼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주 4회 진행할 경우 늦어도 1월쯤엔 결심 공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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