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시범실시
학생 수요 미리 조사해 과목 개설
‘수강신청제’로 원하는 과목 선택
2022년 전면 도입 계획
“입시 유리 과목에 몰릴 것” 걱정도
고등학생들이 진로ㆍ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고 기준 학점을 채우면 졸업을 인정 받는 ‘고교학점제(학점제)’가 내년 연구ㆍ선도학교 100개를 시작으로 2022년 전면 도입된다.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고 인근학교간 다른 과목을 개설해 수업교류를 하는 방식도 시도된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당장 내년 도입은 준비가 덜됐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입시ㆍ경쟁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모든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며 고교학점제 도입안을 공개했다. 일반학교는 자율편성 과목을 학교가 정하지만, 학점제 시범학교는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통해 정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모든 고교는 내년 도입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3년 간 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총 204단위를 교과 군 180단위, 창의적 체험활동(동아리ㆍ봉사활동 등) 24단위로 나누어 꾸리게 된다. 1단위는 50분을 기준으로 17회를 이수하는 수업량이다. 교과 군에서는 필수 이수단위(94단위)를 제외한 86단위가 학생들의 진로ㆍ적성에 따라 구성하는 ‘자율편성’ 과목으로 설정된다. 여기까지는 일반 고교와 시범학교 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일반 고교는 자율편성단위 과목을 학교가 결정해 구성하고, 시범학교는 학생들의 수요를 미리 파악해 과목을 개설한 뒤 ‘수강신청제’를 통해 학생들이 개인별 시간표를 짠다. 또 시범학교는 수석교사ㆍ진로진학상담교사ㆍ담임교사 등이 참여하는 ‘교육과정 지도팀’이 구성돼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할 때 도움을 준다. 교육부는 이르면 내년 2학기에 온라인 기반의 수강신청 프로그램을 개발ㆍ도입할 예정이다.
학교 별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은 교육청 차원에서 ‘공동교육과정’을 꾸려 운영한다. 특정 과목을 운영하는 학교에 인근 학교 학생들이 모이는 ‘거점형’과 2~4개 학교가 다른 교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이 이동해 수업하는 ‘학교연합형’이 대표적이다. 17개 시ㆍ도교육청은 이미 공동교육과정 운영 경험이 있는데, 지난해 총 997개교(전체 고교의 41.5%, 학생 1만4,497명)가 참여했다.
각 교육청은 공동교육과정 ‘수강자 수가 13명 이하’면 석차등급을 산출하지 않도록 하는데, 내년부터는 수강인원에 상관 없이 석차를 매기지 않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3년 간 연구학교 60곳(일반고ㆍ특성화고 각각 30곳)에 매년 4,000만~5,000만원을 지원하고, 교과 교사 1명 이상을 추가 배치한다. 또 선도학교(고교 교육력 제고 사업 참여 학교 중 시ㆍ도교육청이 지정) 40개에도 매년 1,000만원이 지원된다. 교육부는 시범학교 운영을 토대로 ‘한국형 학점제’ 모델을 개발, 2022년 전면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현행 출석일수 기반의 졸업기준이 대학처럼 일정 학점을 이수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교육계에서는 학점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교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과목 개설에 한계가 있는 데다, 대학입시 체계 변화 없이는 대입에 유리한 과목으로 자율편성단위가 쏠릴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한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도입 전 내신평가제도 개선, 대입제도 정비, 도ㆍ농 간 교육격차 심화 등 부작용에 대한 대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도 “중등교육 근간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구상 차원에서 추진할 게 아니라 국가교육회의 출범 후 논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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