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염상섭(1897~1963) 탄생 120주년을 맞아 그의 첫 소설 ‘해바라기’와 소설집 ‘금반지’ 등 희귀 자료가 28일부터 처음 공개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7일 ‘자연주의 소설가’가 아니라 ‘민주주의자’로서 염상섭을 재조명하는 전시 ‘염상섭 문학전; 근대를 횡보하며 염상섭을 만나다’를 연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1924년 7월 박문서각에서 발행한 소설 ‘해바라기’다. 이 작품은 한국 최초 근대 여류 화가 나혜석과 김우영의 결혼을 소재로 삼아 신여성의 연애관과 결혼관에 대해 그려낸 중편이다. 내용 자체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으나 초판본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염상섭과 나혜석은 일본 유학 시절부터 친분이 깊었고, 나중에 나혜석은 염상섭 소설집 ‘견우화’의 표지를 그려 주기도 했다. 두 책은 나란히 전시된다. 또 1926년 글벗집에서 간행한 단편소설집 ‘금반지’도 함께 공개된다. 여기엔 소설가 황석영이 한국의 명단편 중 하나로 꼽은 ‘전화’가 수록되어 있다. 전 보성고 교사가 소장하고 있었던 아동문학서 ‘채석장의 소년’도 전시된다..
7부로 구성된 전시는 1919년 3ㆍ1운동에서부터 1960년 4ㆍ19혁명에 이르기까지 40여년간에 걸친 한국 현대사에 맞춰 ‘만세전’ ‘삼대’ ‘일대의 유업’ ‘취우’ 등 염상섭의 다양한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둘째 딸 염희영 여사가 소장하고 있던 육필원고, 출판계획서, 원고지함 등의 유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염상섭은 ‘표본실의 청개구리’ 같은 작품을 통해 자연주의, 사실주의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염상섭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종호 성균관대 교수는 “염상섭은 ‘정치적 중도파’ 혹은 ‘중산층 출신의 보수적 인물’로만 알려져 있는데, 그는 늘 주류와 대결, 불화하는 긴장된 삶을 살았다”면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모두를 비판하면서 민주주의를 옹호하려 했던 인물로 염상섭을 재조명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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