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 북구 의회사무국장
저서 ‘광주의 산’ 발간
230개 산 명명의 연원부터
문화 자연생태환경까지 담아


광주에 이토록 많은 산과 봉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책 내용대로라면 적어도 230개는 된다고 할까. 무등산, 어등산처럼 익숙한 이름부터 지산유원지 리프트카가 설치된 꾀재(해발 285m), 광산구 부채살산(해발 141m) 같은 낯선 이름까지 김영헌(57) 광주 북구 의회사무국장이 최근 펴낸 ‘광주의 산’(도서출판 심미안ㆍ600쪽)에 등장하는 산들은 제각각 존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 국장이 직접 발품을 팔아 산을 오르고, 옛 문헌들을 뒤지고 또 뒤져서 찾아낸 이름들이다. 그가 30대 후반의 나이에 ‘나는 지도 속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인식과 성찰을 통해 광주의 지리(地理)에 대한 연구에 나설 때처럼, 이번엔 광주의 산을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번 연구가 세상으로 나오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2년 8월 북구 정책개발담당으로 근무하면서 주민들의 건강을 위한 산책로를 개발할 때부터였으니 무려 15년이 소요됐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결코 쉽지 않은 무모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을 되내며 8년간 광주의 산과 관련된 옛 지리지와 지도, 지형도, 각종 단행본, 신문자료 등을 닥치는 대로 모았다. 그리고 이후 7년 동안 230개의 산과 17개의 고갯길을 하나 하나 찾아 오르며 산 이름과 유래, 역사와 문화, 자연생태환경, 인물, 지명, 경관 등을 세밀하게 파악했다. 실제 책은 호남정맥 ‘무등산권’과 무등산 지맥 ‘서ㆍ남, 북구권’, 광산구 ‘어등ㆍ용진ㆍ복룡산권’으로 나눠 산들을 정리했다. “흡사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를 떠올리게 된다”는 얘기가 괜한 말은 아니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것은 산에 대한 명명의 연원과 등산로만이 아니다. 산을 둘러싼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들도 녹아 있다. 이를 테면, 북구 운암동과 용봉동에 걸쳐 있는 해발 87.4m의 낮은 봉정산 남쪽 자락에 위치한 금호고는 당초 1970년 여자대학으로 문교부 내인가를 받아 건축됐지만 끝내 설립 허가가 무산되면서 당시 중앙정보부 전남지부장이 “여대 건물을 남자고교로 세우면 되지 않는냐”는 권유에 따라 2년 뒤 설립됐다는 식이다.
그는 말한다. 무심코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어떤’ 산들의 이름을 기억하기(관리방안), 그 산에 놓여 있는 산길을 불러주기(산책로 명명), 도로 개설로 끊긴 산과 산을 연결하기, 그것은 지금껏 우리 곁을 지켜준 산과 광주시민의 삶을 이어주는 최소한의 연결고리라고. 그가 애초 이 책을 광주 산의 총서로 구상하면서 “산에 대해 알고자 하고, 광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것”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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