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허훈(KT)이 26일 2019 농구 월드컵 아시아 A조 중국과 예선 2차전에서 중국 딩옌위항을 제치고 돌파하고 있다./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허재(52)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26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A조 2차전 중국과 홈 경기에서 81-92로 패했다.
가드 허훈(22ㆍ부산 KT)은 2쿼터 종료 6분 전부터 출전해 팀 최다인 16득점에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허훈은 코트에 뛰어들자마자 화려한 개인기와 신속한 몸놀림으로 상대 골밑을 돌파했다.
허재 감독의 아들이자 대표팀 막내 허훈의 경기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이날 팀은 패했지만 특유의 발 빠른 움직임으로 대표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홀로 튀는 경기력에 팀 플레이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먼저 허훈은 ‘위축되지 않는 경기’를 했다. 성인 대표팀으로 처음 출전하는 국제 대회에서 밀리지 않고 자신만의 경기를 펼쳤다.
김동광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허훈이 담력을 기르게 된 데는 ‘정기 연고전’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정기전에서 뛰어본 선수는 큰 경기에 강하다. 특수성이 있지 않나. 관중석이 빽빽하게 찬다”고 분석했다. 매년 가을 고려대와 연세대가 5종목 정기전을 갖는데 그 중 농구는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다.
연세대 레저스포츠학과에 재학 중인 허훈(14학번)은 KBL 경기가 열리는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고려대와 대결하며 실전 감각을 쌓았다. 열띤 응원으로 유명한 두 학교의 에너지가 가득한 속에서 허훈은 집중력과 위축되지 않는 법을 훈련했다. 허훈은 지난 9월 열린 2017 정기 연고전에서 30득점 활약으로 7년 만에 연세대에 승리를 안기며 두각을 나타냈다.
허훈은 키 180cm로 다소 작지만 중국의 딩 옌위항(24ㆍ200cm), 이젠롄(30ㆍ213cm), 저우치(21ㆍ216cm) 등 장신 선수들을 허리 밑 개인기와 약간의 연기력을 가미한 수비로 따돌렸다. 특히 1대 1 마크를 하다 상대 선수를 똑바로 바라보며 능청스럽게 뒤로 패스하거나, 빠르게 골밑을 돌파해 곧바로 어시스트로 잇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김동광 위원은 “허훈의 허를 찌르는 수비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대표팀 허훈(KT)이 3쿼터 파울 선언에 억울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사진=OSEN
한편 아쉬운 점도 있다. ‘홀로 돋보였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허재 감독은 2쿼터 도중 에이스 가드 박찬희(30ㆍ인천 전자랜드) 대신 신예 가드 허훈을 출전시켰다. 당시까지 접전을 유지하던 한국은 이후 잘 지켜내던 수비가 뚫리기 시작했다. 허훈의 적극적인 돌파력이 골대를 지키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높이의 열세를 안고 시작한 경기이지만 박찬희가 분전하며 탄탄한 수비가 지켜졌던 터였다. 후반 중국의 맹공에 박찬희가 없는 한국은 수비망이 뚫리며 잇달아 점수를 내줬다. 김 위원은 “허훈이 리딩 가드로서 역할을 잘 해냈지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공을 오래 잡고 있던 것”이라고 했다.
베테랑 가드 김선형(29ㆍ서울 SK)이 발목 부상으로 결장한 점도 아쉬웠다. 센터 김종규(26ㆍ창원 LG)도 2쿼터에 골밑에서 강하게 떨어지며 왼 무릎을 부여잡고 코트 밖으로 나갔다. 센터 오세근(30ㆍKGC인삼공사)도 파울트러블에 걸려 빠졌다. 주전 선수들이 잇달아 빠진 점이 수비가 무너진 주원인으로 꼽히지만, 공백이 많을수록 이타적인 플레이가 필요했다. 김 위원은 “리딩 가드는 경기 전체를 보고 강약 조절을 잘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한다는 얘기다.
허재 감독은 이날 경기 후 “허훈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팀에 도움이 될 선수”라고 언급했다. 대표팀은 내년 2월 23일 홍콩과 월드컵 A조 예선 3차전을 홈에서 치른다.
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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