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가 격앙됐다. 법원이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사건으로 구속한 피의자들을 잇따라 석방하고, 부패범죄로 겨냥한 현 정권 고위 인사의 첫 구속영장을 기각하고서다. 자칫 검찰과 법원의 해묵은 ‘구속영장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정치권은 해당 법관을 향해 노골적인 비난 발언을 퍼붓고 있어 법원은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
검찰은 센 수위의 공개 대응을 자제하지만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굵직한 수사 고비마다 법원이 제동을 걸어 동력을 떨어뜨린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최근 법원의 김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 인용 결정을 두고 “위로 올라가는 수사가 한창인데 중간에 내보내게 되면 더 이상 ‘상선’ 수사는 어렵다. 법원이 윗선 수사를 더 이상 끌고 가지 말라는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군 정치관여 사건의 최종 배후로 지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가는 수사 흐름을 핵심 피의자 석방으로 차단했다는 것이다.
법원이 김 전 장관 석방 사유로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지적하며 앞선 영장심사 결과를 뒤집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검찰 반응이 여전하다. “중대범죄에 대해 본인의 시인 등으로 소명이 되고 높은 처벌이 예상되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봤어야 했다”는 게 검찰 속내다. 한 검찰 간부는 “맥아더 장군도 자기 휘하 군인을 동원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했으면 처벌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뒤이은 임관빈 전 정책실장 석방은 “김 전 장관을 풀어줬으니 모순을 피해야 하는 차원의 결정”이라 여겼다.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영장 기각을 두고도 “기각 사유처럼 제3자 뇌물죄에 다툼의 여지가 있었으면 전 전 수석을 소환도 안 했을 것”이라며 검찰 내부 불만이 나왔다. 전 전 수석이 자신의 측근을 심어두고 한국e스포츠협회 운영 사정을 다 알면서 범행에 깊이 관여한 사정을 법원이 받아주지 않았다는 푸념도 했다. 법원의 잇단 태클에 검찰에선 “이젠 지쳤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공식 대응도 안 할 것”이란 식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법원도 “어이없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서울 소재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이 석방이나 기각 건을 묶어 판단하면서 법원이 수사의 걸림돌이 된다는 식으로 여기는 인식 자체가 문제”라며 “법원은 각 사안별로 혐의 구성이나 소명 정도, 구속 사유의 필요성을 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인근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무엇보다 꼭 구속수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잣대를 엄격히 보는 영장판사들의 판단 경향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며 “검찰도 ‘거악 척결’ 등 명분이나 윗선 규명 등 수사 필요성만 강조하기보다는 구속수사 만능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연일 김 전 장관 등 군 사이버사 정치개입 관련자를 풀어준 법관을 과격한 표현으로 비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판사가 우병우 전 수석과 동향이며, 연수원 동기”라고 공격했고, 같은 당 안민석 의원도 ‘적폐 판사들을 향해 국민과 떼창으로 욕하고 싶다’고 SNS에 썼다. 다만, 여권은 전 전 수석의 기각 결정에는 말을 아꼈다. 법원 관계자는 “정치권의 도를 넘은 판사 공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법관 독립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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