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기도 중 창문 통해 수류탄
무장대원 30여명 포위하고 난사
시리아ㆍ이라크 거점 상실한 IS
이단 규정한 수피파 표적 삼아
이집트 북동부 시나이반도에서 수피교 모스크를 노린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최소 305명이 숨지는 이집트 최악의 테러가 발발한 가운데 공격 배후로 지목된 이슬람국가(IS)가 건재함과 조직력 과시를 위해 일부러 사상자를 극대화하는 잔혹함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리아 전선에서 밀려 기댈 곳이 부족해진 IS가 자신들의 검은 깃발을 들고 공개 테러를 벌이면서 국제사회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집트 검찰에 따르면 24일 낮(현지시간) 시나이반도 북부 도시 비르알아베드에 있는 알라우다 모스크 내부에서 정오 기도회 도중 창문을 통해 수류탄 하나가 날아 들어와 터졌다. 폭발 직후 출구와 창문을 통해 달아나려던 사람들은 이곳에서 일찌감치 모스크를 둘러싸고 기다리던 무장대원 30여명이 쏟아내는 총탄에 무참히 쓰러졌다. 제복을 입고 얼굴을 가린 이들 괴한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 5대에 나눠타고 모스크에 도착해 창문 12개와 정문에 자리를 잡고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사망자 305명 가운데 어린이만 27명이고 부상자 130여명 가운데 중상자도 다수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방송 연설에서 ‘복수’를 천명한 가운데 이집트 공군은 무장대원이 타고 있던 차량 일부를 추격해 폭파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배후를 자처한 단체는 없지만 시나이반도에서 최근 이집트 정부군과 전투를 벌인 IS의 지역 연계단체 소행일 가능성이 유력하다. 당국은 실제 괴한들아 IS를 상징하는 검은 깃발을 소지한 채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나일대학교의 티모시 칼다스 교수는 카타르 알자지라방송에 “이번 공격은 전형적인 IS 패턴”이라며 “수피파나 무장단체 토벌에 협조하는 민간인을 향한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테러범들의 조직적인 공격패턴을 예시로 들며 “최대한 잔혹한 공격으로 IS가 여전히 위협적이라는 점을 과시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IS는 본국이라 할 수 있는 시리아와 이라크 영토에서 락까ㆍ모술 등 주요 거점을 모두 상실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의 표적이 된 수피파를 비롯, 시아파와 비이슬람교도를 모두 이단으로 규정하는 IS의 극단주의 이념은 여전히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시리아 전선에서 이탈한 무장대원들이 더욱 극단화한 이념을 안고 세계 각지로 유입되면서, 시나이반도와 예멘 등지에서는 오히려 정부군이나 민간인을 더욱 거세게 공격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집트에서는 2014년 이슬람교 정파인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축출되고 시시 정권이 들어선 이후 극단주의 세력이 더욱 기승을 부렸다. 시나이반도 내 최대 무장단체인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성지를 지키는 사람들)’는 2014년 IS에 충성을 맹세했고 2015년 10월 러시아 여객기 테러로 224명의 희생자를 냈다. 올해 4월에는 친IS 무장단체가 이집트 북부 주요 도시인 탄타와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콥트 정교회 사원에 폭탄 테러를 하기도 했다.
동시에 이슬람 정권을 축출하고 확실한 안보를 약속하며 집권했지만 이를 빌미로 독재를 휘두르고 있는 시시 정권이 시나이반도의 해묵은 치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목민인 베두인 출신이 많은 북부 시나이반도는 IS의 도래 이전부터 오랜 차별로 이집트 정부에 대한 반감이 심해 무장단체의 출현도 잦았다. 비영리 싱크탱크 ‘중동민주주의계획’의 이집트 전문가 앤드루 밀러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북부 시나이 주민들은 이집트인 취급을 받지 못하고 교육과 고용 기회도 부족하다”라며 “이집트 정부는 무장단체를 창궐케 하는 근본 원인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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