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스켈레톤 윤성빈. /사진=연합뉴스
‘2→1→1 vs 1→2→6'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스켈레톤의 절대 강자 구도가 바뀌고 있다. 평창에 맞춰 급피치를 올리는 윤성빈(23ㆍ강원도청)과 월드컵 우승 49회에 빛나는 베테랑 마르틴스 두쿠르스(33ㆍ라트비아)의 추락세가 맞물려 돌아가는 시즌이 흥미롭다.
윤성빈은 26일(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2017~2018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3차 월드컵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 시기에서 트랙 신기록(51초 99)을 세우며 1위에 오른 윤성빈은 2차 시기에서도 52초 35를 기록하며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1ㆍ2차 시기 합계 1분 44초 34가 되며 니키타 트레구보프(1분 45초 09ㆍ러시아)와 토마스 두쿠르스(1분 45초 33ㆍ라트비아)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지난 8년간 썰매 황제로 군림해온 토마스의 친동생인 마르틴스 두쿠르스가 윤성빈에 1.17초나 뒤진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평창 금메달을 위해 마르틴스 두쿠르스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올 시즌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다. 3차례 월드컵에서 갈수록 완벽해지고 있는 윤성빈이 2위(-0.11초)→1위(+0.63초)→1위(+0.75초)로 상대를 압도하는 동안 두쿠르스는 1차 대회 1위 이후 2위와 6위로 곤두박질쳤다. 윤성빈보다 정확히 10살이 많은 두쿠르스에게는 세월의 짐이 무겁게 느껴진다.
썰매를 탄 지 불과 5년 만에 일궈낸 기적 같은 스토리는 현재진행형이다. 윤성빈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2년 엘리트 스포츠를 전혀 접해보지 않은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남다른 운동 신경을 지녔다. 이를 눈여겨본 서울시 봅슬레이ㆍ스켈레톤 연맹 이사로 있던 당시 체육 선생에 의해 발탁됐다.
윤성빈은 스켈레톤 입문 1년 6개월여 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고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16위에 올라 재능을 증명했다. 이후 평창 메달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하며 윤성빈의 기량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나갔다.
황제 두쿠르스마저 넘보게 된 비결은 경험과 스타트, 썰매 날의 다양화 등 삼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약관 20살에 소치 올림픽을 뛴 뒤 꾸준히 국제대회에 나가 경험을 쌓은 것은 큰 소득이다. 주행 중에 몸이 흔들리거나 트랙 벽에 부딪치는 등의 실수가 크게 줄었고 웬만한 미스에도 아랑곳 않는 배짱과 노련미가 붙었다.
지난 4년간 가장 중점을 뒀던 스타트 기술은 최대 무기로 변모했다. 0.01초차로 메달 색깔이 바뀌는 스켈레톤에서 스타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는 시간 단축을 위해 수없이 훈련을 반복했다. 아이언맨을 본뜬 헬멧을 쓰고 폭발적으로 질주하는 윤성빈은 썰매에 올라타는 시간을 아끼려면 어느 정도의 체중이 실려야 하는지 스스로 체득했다. 육상 코치로부터 받은 강도 높은 출발 훈련의 영향으로 약 2년 전부터 썰매에 올라탄 뒤 70m 지점까지는 두쿠르스와 비슷하거나 앞섰다. 나이가 들며 순발력이 떨어지는 두쿠르스와 점점 격차를 벌이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다.
올 시즌에는 흠 잡을 데 없는 스타트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월드컵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일궈낸 지난 2번의 레이스(1ㆍ2차 합계 총 4번)에서 윤성빈은 완벽에 가깝다는 4초대 후반(4초 51→4초 52→4초 52→4초 50)을 지속적으로 마크했다.
평창 금메달을 위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전략적인 지원도 한 몫을 했다. 바로 스케이트 날의 변수다. 통상 기온이 낮아 트랙 얼음이 꽁꽁 얼어 있을 때는 폭이 좁은 날이 표면에 잘 박히기 때문에 속도가 잘 나고 반대로 기온이 높아 얼음이 무를 경우에는 넓은 날이 잘 미끄러져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윤성빈 팀은 올 시즌 썰매 날 개수를 5개에서 10개로 늘려 선택의 폭을 넓혔고 그 효과는 이번 월드컵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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