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삼각지가 궁금해?] “JSA 귀순은 악재... 조용히 넘어가는 게 남북 모두에 유리했죠”

입력
2017.11.25 04:40
11면
0 0

평창 앞둔 南, 체제결속 나선 北

‘귀순 사건’ 키울 필요 없었을 것

JSA서 북한군끼리 총질한 상황

“우리군 대응사격”은 무리한 주장

‘천안함 피격’ 열상감시장비 영상

줄여 공개하려다 수모 겪었던 軍

유엔사에 “JSA 영상 분량 늘려라”

브룩스 사령관 日출장으로 연기

22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에서 유엔군사령부 대변인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귀순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북한 추격조가 남방 한계선을 너머 우리측으로 사격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22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에서 유엔군사령부 대변인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귀순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북한 추격조가 남방 한계선을 너머 우리측으로 사격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북한 군인 1명이 귀순하면서 남북이 발칵 뒤집혔다. 영화 같은 탈출 장면, 긴박했던 포복 구출 작전, 긴급 후송과 치료 과정까지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외교안보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여 북한군 귀순 사건 전말을 되짚어봤다.

달빛 사냥꾼(달빛)= 13일 JSA 귀순 사건이 터진 직후 국방부 상황은 어땠나요.

내년에도 가을야구(가야)= 당시 소식이 전해진 건 오후 4시 20분쯤이었습니다. 특수한 공간인 JSA에서 발생한 오랜만의 귀순사건이라 다들 잔뜩 긴장했죠.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사례는 올해만 해도 두어 차례 있어 낯설지 않지만, 남북 모두 최고 에이스를 투입하는 JSA에서의 귀순은 다른 얘기였기 때문이죠. 게다가 심각한 총상을 입고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로 실려갔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죠.

달빛= 처음 JSA 영상을 공개하려다 한 차례 연기됐죠.

가야= 16일 오전 26초 분량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기로 돼 있었죠. 그런데 2010년 천안함 피격 직후 해안 초병의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을 국방부가 줄여서 공개하려다 3차례나 다시 공개하는 수모를 겪은 전례가 있습니다. 이런 트라우마를 기억하는 국방부가 유엔사에 영상 분량을 늘리라고 따졌다고 해요. 문제는 추가로 덧붙여 새로 만든 영상을 공개하려면 빈센트 브룩스 유엔군사령관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 당시 그는 일본 출장 중이었습니다. 따라서 16일 오전에서 오후로 공개 시점을 미뤘다가 다시 무한 연기됐죠. 코미디 같은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달빛= 그러다 22일 6분 57초 분량의 CCTV와 TOD 영상을 공개했죠.

삼각지 미식가(미식가)= 결과적으로 영상 공개를 수일 미룬 게 다행스러운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16일 짧은 영상만 공개했더라면 대대장 미담 조작설,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월경 등 제기됐던 의혹들이 증폭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 7분 가량의 비교적 충실한 영상을 공개해 논란이 상당 부분 가라앉았죠.

가야= 보시면 알겠지만 상황이 명확하거든요. 오히려 북한군의 허술한 대응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죠. 사건 이후 의문을 제기하고 의혹을 부풀리던 일부 언론도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보고 나서는 입을 다물었죠. 왜 신속한 초기 대응이 중요하고, 국민에게 솔직하게 다가가는 게 필요한지 새삼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국방부 기자들은 한결같이 “그러게 진작에 좀 공개하지”라며 뒤늦게 혀를 찼죠.

달빛= 귀순 병사가 사병이냐 간부냐 이야기가 있죠.

판문점 메아리(메아리)= 24세 하전사로 알려진 귀순 병사가 사병이냐 간부냐 혼선이 있는데 북한군은 워낙 복무 기간이 길어서 사실상 사병과 부사관 구분이 희미하다고 합니다. 병사가 하급 간부고 하급 간부가 병사고, 뭐 그런 셈이죠.

달빛= 우리 군 대응은 적절했던 건가요? 자유한국당에서는 북한에 왜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가야= 대응사격은 말도 안 되는 무리한 주장입니다. 다른 최전방 군사분계선 지역이야 북한군이 조금이라도 침범하면 우리가 3-4배로 응징 보복해야 하지만, JSA는 상황과 위기를 관리하는 게 최우선입니다. 북한군이 우리군을 향해 총격을 했다면 마땅히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북한군에 응사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이번 경우 북한군끼리 총질한 거죠. JSA에서 남북이 마주한 초소 가운데 가장 가까운 곳이 불과 5m입니다. 이번의 경우 MDL을 경계로 북한군 4초소와 우리군 2초소 간 거리도 35m 정도죠. 서로 총질을 시작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더구나 JSA는 사방이 뚫린 공간입니다. 그래서 한국군 경비대가 구조하러 가면서도 혹시 몰라 포복으로 갔고, 우리 1사단 전진타격대도 현장에 바로 출동했지만 대기만 하면서 지켜봤죠. 정경두 합참의장도 사건 직후 회의에서 철저한 경계태세와 함께 긴장완화 조치를 동시에 주문했다고 합니다.

미식가= JSA 작전권이 우리 군이 아닌 유엔사(사실상 미군)에 있는 터라 북측의 도발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물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구조적으로도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 같습니다.

달빛= 치료 과정에서 민간병원에 군인을 데려간 것에 문제는 없나요.

메아리= 귀순자를 이국종 교수가 재직 중인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데려가라고 지시한 이는 김운용 3군사령관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배경이 있습니다. 김 사령관은 대령 시절인 2011년 합동참모본부에서 해외파병과장으로 일했는데 당시 소말리아 아덴만 작전이 있었죠. 그때 해적에게 총격을 당했던 석해균 선장을 이 교수가 살렸죠. 국민들뿐 아니라 김 사령관에게도 그때 인상은 깊었겠죠. 사실 총상이라는 게 국내 외과의사들이 접하기 힘든 부상이다 보니 경험도 고려 요인이 됐을 테고요.

미식가= 적절한 판단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총상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고, 다수 부상자가 발생한 상황이 아니라 딱 귀순병사 한 명이었기 때문에 외상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에게 긴급 후송한 것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던 듯 합니다.

달빛= 북한군의 건강 상태, 기생충 얘기 등을 이 교수가 공개하는 바람에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메아리=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지적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죠. 이 교수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밝히긴 했지만 애초 못할 지적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신이 아니고 그의 모든 행동이 성역에 있는 건 아닙니다. 따져보면 의료법 위반 소지도 있을 겁니다. 물론 사실은 사실일 뿐입니다. 공교로운 상황에서 귀순자 배를 열어보니 거기에 생생한 북한 위생 현실이 들어 있었던 셈이죠. 다만 언론을 통해 그걸 공개하는 건 신중해야 할 일이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개인적 사정을 당사자 동의도 없이 멋대로 국가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권리는 없다는 거죠. 더욱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도 있죠. 우리의 야만을 호도한 채 북한의 야만만 부각해 악마로 만들어버리는 게 일부 극우 세력의 행태이기도 하니까요.

미식가= 하지만 의사 입장에선 기생충은 그저 기생충일 뿐, 귀순병의 처지나 북한 체제에 대한 생각까지 담아 이 교수가 그 내용을 공개했다고 보긴 어려울 듯 합니다.

달빛= 이 사건이 결국 남북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메아리= JSA 귀순이 돌발 악재인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입니다. 남북의 이해관계를 따져볼 때 이번 일을 조용히 넘어가는 게 양쪽 모두에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으로선 체제 결속에 귀순이, 더구나 인민군 엘리트들이 모인 JSA에서의 귀순이 도움이 될 리 없습니다. 굳이 인민들이 알게 할 이유가 없죠. 예상대로 13일 이후 아무 언급이 없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전협정 위반인 만큼 항의를 하긴 해야겠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게 하려 애쓰는 상황에서 일을 키울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게 정상적 정무적 판단입니다. 우파 진영의 반발이 변수겠지만요. 더욱이 북한은 이미 2013년 3차 핵실험 뒤 정전협정이 무효라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별 반응이 없으리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