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전까지 권한 행사… 무가베 불참
인권탄압 전력 탓 도약 계기될 지는 미지수
에머슨 음난가그와(75) 전 짐바브웨 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집권 37년 만에 탄핵 위기에 몰려 불명예 퇴진한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의 뒤를 이어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다. 음난가그와 대통령은 내년 대선 전까지 최고 권력을 행사하지만 무가베처럼 통제ㆍ억압의 정치 스타일을 지녀 짐바브웨 민주주의가 얼마나 개선될 지는 미지수다.
음난가그와는 이날 오전 수도 하라레에 있는 6만석 규모의 국립스포츠경기장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가졌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헌법과 다른 짐바브웨 법을 따르고 수호할 것을 선서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민주주의 확립 및 경제 재건도 약속했다. 시민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취임식이 진행되는 동안 수시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고, 거리 곳곳도 ‘역사적인 날’을 자축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앞서 6일 무가베로부터 해임당한 음난가그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피신해 불복 의사를 밝힌 뒤, 군부 지지와 정치권의 탄핵 추진에 힘입어 대통령이 사임하자 22일 귀국해 임시 대통령으로 추대됐다. 그는 무가베가 과거 백인 정권에 맞서 독립투쟁을 하던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2인자’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질긴 생존 본능을 빗대 ‘악어’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재무ㆍ국방ㆍ법무장관과 하원 의장 등 정부 요직도 두루 맡았다. 그러나 비밀 경찰인 중앙정보기구(CIO) 수장을 지내면서 인권탄압에 앞장 섰고, 소수민족 학살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무가베보다 더 폭력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아 과연 그가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이뤄낸 독재 종식을 민주주의 발전의 기회로 삼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음난가그와는 내년 8,9월쯤 예정된 대선 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무가베와 부패의 원흉으로 지목된 부인 그레이스(53)는 이날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19일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행방도 확인되지 않았다. 부부는 처벌 면제와 함께 축재한 재산도 보존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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