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헌법개정특위와 정치개혁특위가 재가동에 들어갔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3일 3당 원내대표 및 특위 위원장들과 만나 지금이 개헌ㆍ선거구제 개편의 적기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정 의장은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 국민 정부의 3주체가 개헌을 이뤄 낼 기회가 왔다”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지적대로 개헌ㆍ선거구제 개편은 국민과 국회의원 70~80%가 찬성하는 현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의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 의지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 논의 환경으로서는 최적의 시기인 셈이다.
그런데도 두 특위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권력구조(정부형태)와 선거구제 개편을 둘러싼 여야 입장 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 기본권을 신장하고 지방분권을 이뤄 내는 개헌과 국민의 온전한 의사를 반영하는 선거구제 개편을 방향으로 제시했다. 반면 야권은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정부형태 개편이 개헌의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제1야당인 한국당은 비례대표를 늘리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표의 등가성을 높이는 중ㆍ대선거구제에 모두 부정적이다.
시간도 촉박하다. 핵심 쟁점만 11개 분야, 62개 항목에 달한다. 7개월이 채 남지 않은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이 본격적 정치의제로 다뤄질지 기약하기 어렵다. 여야는 일단 공감대를 이룬 부분부터 당장 조문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정치권이 첨예하게 맞서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이는 권력구조 문제는 국민공론화위원회에 맡길 수도 있다. 개헌과는 달리 선거구제 개편의 경우 한국당을 제외하고는 큰 방향에는 정치권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좀 더 속도를 내 합의안을 끌어내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당의 소극적 자세다. 한국당 의석은 개헌저지선(100석)을 넘어 116석이나 된다. 여야가 적폐청산을 놓고 사생결단을 벌이는 현실에서 한국당이 공감하는 개헌안ㆍ선거구제 마련이 쉽지 않다. 우선 정부여당이 협치 복원에 좀 더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도 이런 정치상황 때문이다. 야권 또한 국민의 뜻이 기득권 나누기와 의회권력 강화가 아님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적극적으로 개헌ㆍ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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