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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만 낳으면 -300점”이라는 EBS 라디오…서러운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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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만 낳으면 -300점”이라는 EBS 라디오…서러운 부모들

입력
2017.11.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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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들은 부모 고생만 시킨다더라, 딸을 낳아야 한다”

“요즘엔 딸만 둘 낳는 건 문제가 안 돼도 아들만 낳으면 마이너스 300점을 깔고 간단다”

지난 22일 EBS 라디오 ‘이지연의 3삼5오’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던진 부적절한 발언이 부모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연 소개 중 ‘우스갯소리’로 곁들인 말이었다지만 서너 번 이상 반복됐던 탓에 ‘어쩐지 남자아이를 비하하는 듯하게 들렸다’는 게 학부모들의 반응이다.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부모는 “이게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할 말인지 모르겠다”며 “아무리 농담 삼아 하는 말이어도 아들 가진 부모 입장에서는 상처로 다가온다”고 하소연했다. 항의를 접수한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진 측은 다음날 생방송에서 바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와 같은 내용을 접한 누리꾼들은 “은연중에 하는 농담으로 알고 가끔 동조하곤 했었는데 뜨끔했다”며 반성하는가 하면,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키우기 나름이지 남자아이라고 더 힘든 게 무엇이 있겠느냐”라며 “이 또한 성차별적 발언”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각종 차별성 발언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남자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면 “남자아이 키우기가 특히 힘들지 않으냐”라거나 “한 달 식비는 어느 정도 나가냐”, “자식이 아들뿐이면 효도 받긴 글렀다”는 등의 말을 무심히 던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심지어는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만 둘이면 은메달이지만 아들만 둘이면 목메달”이라는 농담 섞인 폭언도 들어봤다는 경험담까지 등장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첫 아이는 무조건 딸’이길 바라는 예비 산모들이 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30~40대 여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맘카페의 임산부 게시판엔 “초음파 결과를 확인하고 아들이어서 너무나 실망했다”며 “둘째도 아들이면 어떡하냐”는 하소연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대가 변화하며 남아 선호 사상이 해체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또다시 ‘특정 성별에 대한 선호’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등장한 것. 경희대 사회학과의 송재룡 교수는 “구시대의 산물인 남아선호 사상이 서서히 힘을 잃고 있는 현상은 희망적”이라면서도 “다만 이것이 반대로 여아에 대한 선호, 남아에 대한 차별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송 교수는 “남녀의 성 역할을 이항 대립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피하고,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서로 다름없는 ‘동등한 인격체’로서 기를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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