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자국 홍보 역할을 하는 관광 대사에 화산 이씨 31대손인 이창근(사진ㆍ59)씨를 임명했다. 화산 이씨는 베트남에서 유래한 한국 성씨로, 13세기 외가의 박해를 피해 고려 옹진에 정착한 리(Ly) 왕조의 7대 왕자 이롱떤(Ly Long Tuongㆍ李龍祥)이 시조다.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24일 “이씨가 관광 대사로 임명됐다”라며 “베트남 관광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기는 오는 12월부터 3년간이며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을 상대로 베트남 관광 자원에 대한 홍보 활동을 하게 된다.
서울에서 태어난 이씨는 2010년 베트남 정부로부터 시민권을 획득했다. 리(Ly) 왕조(1009~1225)는 베트남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존속하면서 처음으로 중앙집권 체계를 구축한 왕조로, 베트남 정부는 화산 이씨를 가장 오래된 해외동포로 보고 있다. 주한 베트남 대사관 관계자는 “매년 설(뗏)을 맞아 갖는 교민 행사에 화산 이씨 종친회를 우선적으로 초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임명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한국 관광객 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광 산업 육성에 노력하고 있는 베트남은 할리우드 영화 ‘콩: 해골섬’ 의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도 이씨와 같은 관광 대사로 임명해놓고 있다. 해당 영화 상당 부분이 베트남에서 촬영됐다.
베트남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까지 올해 들어 외국인 1,047만명이 베트남을 찾았으며, 이 중 한국인은 다섯 명 중 한 명꼴인 193만명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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