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판문점에서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 오모(24)씨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씨에 대해 “아주 좋은 사람(pretty nice guy)”이라면서 “북한으로 돌아가는 악몽을 꾼다고 한다”고 말했다.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센터장은 전날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오씨의 현재 상황과 과거 이력, 수술과정 등을 간단히 설명했다. 그는 오씨가 병원에 도착한 이후 만났던 거의 유일한 사람으로, 오씨 병실에도 자신이 태극기를 걸어 놓았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현재 오씨가 주로 국물 같은 ‘맑은 액체’를 먹고 있으며, 웃거나 말하고 손을 쓸 수도 있을 만큼 안정된 상태라고 했다. 중등학교 졸업 직후인 17세 대 북한군에 입대했다는 오씨는 이 센터장이 “한국 해병대가 되지는 않겠느냐”고 농담을 건네자 미소를 지으며 “다시는 결코 군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19일 처음으로 눈을 떴을 때에는 고통스러워하면서 울음을 터뜨렸고, 경비요원들이 병실을 지키는 현 상황에 대해선 여전히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이 떠올린 오씨의 수술 당시 상황은 매우 급박했다. 오씨를 실은 헬기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환자 상태를 하나도 몰랐다면서도 이 센터장은 그가 대규모 내출혈로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확인한 뒤 “주저할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 순간을 떠올렸다. 두 차례의 큰 수술을 통해 총알 4발을 제거했고, 수술팀은 무려 12리터의 새 혈액을 오씨 몸에 주입했다. 심하게 손상된 장기와 폐, 수술 과정에서 발견된 B형 간염 등도 계속 치료할 예정이다. 이 센터장은 오씨가 “한국인들이 목숨을 구해 주고 헌혈도 해 준 데 대해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면서 “그는 매우 강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오씨는 병원에서 한국 대중음악, 미국 영화와 TV드라마도 접할 수 있었다. 할리우드 배우인 짐 캐리와 모건 프리먼이 출연한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 액션 영화인 ‘트랜스포터 3’, 범죄수사 드라마인 ‘CSI’ 등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 센터장은 오씨가 완전히 회복된다 해도 일부 흉터는 평생 남을 것이라면서 “잠재적인 합병증은 물론, 심리적 회복 여부가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씨에게 여러 질문들을 하고 싶어하는 한국 군 당국자들을 향해 “오씨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성급해질 필요가 전혀 없다”고 당부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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