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합의 두달 만에 말바꿔
“영구 지원이지 무상, 양도 아냐
사용료 포기하면 횡령, 배임”
산은 “협조 안 하면 법적 대응”
박 회장 퇴직금 22억도 신경전
채권단 지급 보류 “규정 손볼 것”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둘러싼 채권단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박 회장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구두로 상표권 사용에 합의한 지 두 달 만에 입장을 바꾼 탓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청산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22억원에 달하는 박 회장 퇴직금을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23일 채권단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와 산은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상표권 협조 문서를 박 회장(금호산업)에게 보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 이 회장은 채권단이 자율협약 방식의 구조조정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9월25일) 박 회장을 따로 만나 상표권 문제에 대해 구두로 합의했다. 정상화 과정에서 상표권 문제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박 회장이 무상 양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게 산은 설명이다. 앞서 채권단은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매각을 진행할 당시 상표권 사용료 협상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이런 분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 회장이 박 회장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지은 것이다.
그러나 금호산업은 되레 애초 박 회장의 뜻은 상표권을 영구히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였지 무상사용이나 양도는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역시 다른 계열사와 똑같이 연간 매출액의 0.2%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상표권 사용료가 연간 60억원에 이르는데 이를 포기하면 회사 손실이 커 횡령ㆍ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산은의 문서화 요구에 법률상 문제될 것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산 양도의 하나이기 때문에 박 회장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 이사회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과거 사례를 볼 때 이런 금호산업의 태도를 박 회장이 상표권 문제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다음달이면 실사가 끝나고 금호타이어의 처리 방향이 나와야 해 시간이 촉박하다”며 “박 회장이 계속 상표권 문제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법정관리나 청산 등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지난 9월 만기가 돌아온 1조3,000억원의 여신을 연말까지 연장했다. 지난 10월 중순부터는 금호타이어 실사작업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상표권에 대한 답이 없다면 금호타이어가 공중분해 되도록 내버려둘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국 금융기관 채권(3,600억원 규모) 중 1,000억원의 만기도 올해 말 돌아오기 때문에 채권단 지원이 없으면 금호타이어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다.
한편 금호타이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부실 경영 책임을 지고 9월 말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박 회장의 퇴직금은 21억 9,400만원에 달한다. 규정에 따라 퇴직금은 월 평균 급여액(2,700만원)에 근무 기간(13년 6개월)과 회장 직급의 지급률(600%)을 곱해 산출됐다. 하지만 채권단이 이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박 회장이 이를 받기 위해선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 졸업 3년 만에 재차 구조조정에 돌입한 데에는 박 회장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거액의 퇴직금 지급은 보류했다”며 “과하게 책정돼 있는 퇴직금 규정도 손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1분기(-282억원)와 2분기(-225억원)에 이어 3분기(-2억원)에도 영업손실을 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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