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금지법 통과 때 의사봉을 두드린 목사님인데 어떻게 그 뒤에 자기 교회를 세습시킬 수 있습니까. 조사하던 저도 너무 놀랐고, 너무 충격 받았습니다.”
감리교단 내 세습 문제를 파헤치고 있는 홍성호 목사는 23일 이렇게 말했다. 세습 문제에 대해 감리교는 단호하다. 2012년 가장 빨리 세습금지법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2015년에 이어 올해도 교회 분립ㆍ통합을 통한 세습금지 방안을 법안에 추가하는 등 적극적이다.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감리교단 소속인 김선도(광림교회)ㆍ김홍도(금란교회)ㆍ김국도(임마누엘교회) 3형제가 보여준 횡령ㆍ배임ㆍ세습 등을 두고 세상의 손가락질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홍 목사는 세습금지법이 진짜 잘 작동하고 있는지, 몸담고 있는 감리교단만이라도 조사해보자 싶어 지난 7월부터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는 “세상에 알려진 기초자료 45건으로 조사를 시작했는데, 한달 만에 100건이 넘었고 11월까지 250건에 이를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지금도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세습금지법이 만들어지던 2012년을 즈음해 세습을 급히 진행하는 등 앞뒤가 너무나 다른 모습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당시 감리교 감독으로 금지법을 통과시킨 서울의 김기택 목사는 자신의 교회를 조카 김인종 목사에게 물려줬다. 홍 목사는 자신이 속한 감리회세습반대운동연대의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groups/150246922237268/)에다 세습교회를 모두 실명으로 공개했다. 친분 깊은 사람도 있고, 존경해왔던 사람도 있다. 딱한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다.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릴 소지도 있다. 그럼에도 이 자료를 고스란히 공개한 건 더 강력한 세습금지법을 만들기 위해서다.
홍 목사에 따르면 세습 기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세습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다 보니 대놓고 담임목사직을 바로 물려주는 경우는 드물다. 교회를 쪼개 주었다 다시 합병하는 방식의 세습은 물론, 2~3명의 목사가 서로서로 아들 목사를 청빙해주는 ‘쌍방 교차’ 혹은 ‘삼각 교차’ 세습, 아버지와 아들의 교회를 맞바꾸는 ‘교환’ 세습, 아버지에서 아들을 건너 뛰어 손자에게로 가는 ‘징검다리’ 세습, 중간에 이름 뿐인 목사 하나 끼워 넣어 물려주는 ‘쿠션’ 세습 같은 형태들이 등장했다. 홍 목사는 “2013년 완료된 ‘김국도 – 김정국 목사’의 임마누엘교회 세습만 봐도 단순한 부자 세습이 아니라 세습금지법을 우회하기 위해 최소 4단계에 걸친 세습 작전이 동원됐다”고 지적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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