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많아 소문난 ‘씨티 클리어’
그 혜택 그대로 8개월 만에 부활
올해 지점 통폐합 후 고객들 이탈
업계 “고육지책이었을 것”
‘혜택이 너무 많아 단종된 전설의 신용카드.’
최근 신용카드 비교사이트 카드고릴라의 설문조사에서 ‘발급 중단된 상품 중 다시 보고 싶은 카드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 카드는 무엇일까요. 주인공은 바로 ‘씨티클리어 카드’입니다.
2012년2월 씨티은행이 출시한 이 카드는 저렴한 연회비(국내외 겸용 5,000원)에 버스ㆍ지하철 10%, 점심 시간대 식당 5% 청구할인 혜택을 제공해 직장인들 사이에서 ‘알짜 카드’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혜택이 많을수록 회사 입장에선 손해가 날 수 밖에 없죠. 통상 이런 경우 회사는 혜택을 줄이려 합니다. 그러나 신용카드 혜택 축소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혜택을 줄이는 것도 어렵자 씨티은행은 결국 지난 2월 단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명분은 ‘상품군 간소화’였습니다. 하지만 카드업계에선 적자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란 해석이 많았죠.
이렇게 종적을 감췄던 씨티클리어 카드가 지난달말 다시 출시됐습니다. 8개월 만의 부활이죠. 단종된 카드가 재출시되는 것도 이례적인데 혜택도 이전 그대로 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조차 “혜택이 똑같다고 해서 거짓말인줄 알았다”고 할 정도죠. 발급 문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씨티은행은 수익을 내기 힘든 상품을 왜 다시 내놓은 걸까요. 업계에선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씨티은행은 올해 영업점을 133개에서 44개(9월말 기준)로 줄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 이탈도 일부 있었습니다. 지점 통폐합 발표 후 두 달 만에 8,000명 이상의 고객이 줄었다는 게 노조 주장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보통 카드사가 상품을 단종시키는 이유는 더 이상 수익이 나지 않거나 가맹점과의 제휴가 끝난 경우인데, 재출시를 했다면 가맹점과 관계엔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라며 “손해에도 불구하고 고객 유인 차원에서 잘 나가던 상품을 다시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지속적인 발급 재개 요청이 있었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판매를 재개한 것”이라며 “적자나 고객이탈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