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아이쿱생협과 협약 맺고
676억 투자 15개 법인ㆍ17개 공방
친환경 식품 가공ㆍ유통 단지 조성
520여 일자리에 청년들 돌아와
단지내 수제맥주 레스토랑 등
도시 안 부러운 주민 휴식공간
年 18만명 찾는 관광지로도 각광
농촌회생 성공모델로 꼽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전남 구례군은 주민 2만7,000명 가량이 살고 있는 한적한 산촌지역이다. 1960년대만 해도 인구가 8만 명에 달했지만 산업화, 도시화 영향으로 2000년대 들어 3만 명 이하로 떨어졌고 65세 고령인구가 30%를 차지하고 있다. 재정자립도는 7%에 불과하다. 전입보다는 전출이 많았고 출생률과 인구는 해마다 감소했지만 몇 해 전부터 20∼30대 청년들이 마을로 돌아오고 있다. 2012년 친환경 식품 가공ㆍ유통단지인 구례자연드림파크가 들어서면서부터 달라진 현상이다.
구례군은 분양에 어려움을 겪던 용방농공단지를 아이쿱생활협동조합과 협약을 맺고 파크를 탄생시켜 탈바꿈했다. 전남 지역에서 인구가 가장 작은 구례가 전국이 인정하는 농촌 회생의 성공모델이 된 배경에는 동반 성장의 파트너로서 유치한 자연드림파크와의 상생 사업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자연드림파크가 성공을 하면서 지역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문화, 복지, 농업 등 전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구례군 용방면 일대 14만9,000㎡ 부지에 문을 연 자연드림파크는 15개 법인, 17개 공방과 지원시설에 총 679억원이 투자됐다. 친환경 농법으로 수확한 우리밀과 쌀 등을 원료로 라면, 빵, 케이크, 막걸리, 떡 등을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제분ㆍ도정ㆍ전분공방을 시작으로 비어락하우스ㆍ김치ㆍ정육 공방 등 시설과 전국 유통망과 연결되는 물류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공방’은 가정에서 만든 것처럼 정성을 담아 식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공장’ 대신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엔 현재 520여 명의 근로자가 종사하고 있다. 이중 85%인 440여명은 지역 출신으로 대부분은 도시에서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향에 돌아온 사람이다. 모든 직원은 정규직이다. 문화ㆍ의료ㆍ교육ㆍ주거는 대도시와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생활환경을 조성해 근로자 평균 연령은 38세로 젊은 편이다. 읍내에는 카페와 패스트푸드점 등 젊은 층을 겨냥한 점포가 생겨나고 폐원했던 유치원이 다시 문을 여는 등 젊은이들의 귀향으로 지역 전체에 활력이 돌고 인구도 늘어났다.
해마다 감소추세였던 구례군 인구는 농공단지가 조성된 2012년 2만7,067명, 2013년 2만7,115명, 자연드림파크 전체 개장을 한 2014년에 2만7,170명, 2015년 2만7,308명, 2016년 2만7,412명으로 전남에서는 유일하게 5년 연속 인구가 소폭 늘었다. 이곳에서 창출하는 근로소득 규모만 연간 109억원에 달한다. 제조ㆍ지원ㆍ물류 부문을 합치면 전체 매출액은 2012년 180억원, 2013년 743억원, 2014년 923억원, 2015년 1,181억원, 2016년 1,307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자연드림파크는 단지 내 영화관, 수제 맥주 레스토랑, 친환경제품 체험관 등을 통해 주민 휴식 공간과 관광지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구례의 인근 다른 관광지까지 방문객이 늘어나는 연계 관광 효과도 내고 있다. 지난해만 이곳에 18만6,000명의 유료 방문객이 다녀갔다. 구례군은 자연드림파크로 인해 직접적인 수입뿐 아니라 연간 3,000억원의 간접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주민의 복지와 문화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자연드림파크는 산부인과가 없던 구례군에 장비와 인건비로 매년 2억원의 지원금을 기탁해 2015년 구례군보건의료원 내에 산부인과가 다시 문을 열었다. 구례군에서 산부인과가 사라진 이후 4년 만이다. 지역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연간 4,000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으며 일자리를 만들어 개장 후 지금까지 지역 고등학생 57명을 채용했다.
71석 2개관을 갖춘 영화관도 생겼다. 전남에서 군 단위로는 최초 개봉영화관이다. 작은 농촌지역에서 영화관의 흑자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자연드림파크는 직원ㆍ주민 복지와 수익의 지역사회 환원 차원에서 서울과 동시에 최신 개봉작을 상영하고 있다. 영화를 보기 위해 광주, 순천까지 가야 하는 불편이 사라졌다. 오히려 남원과 순천, 하동에서 영화를 보러 찾아올 정도다. 2014년 4월 개관 이후 누적 관람객 수는 20만명을 넘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3D 상영 시설도 갖춰 인기가 좋다.
지방소멸의 확산속도가 빠르게 진행하는 상황에서 구례군과 자연드림파크의 상생 시도는 농촌 성공모델이 됐다. 개장 이후 고용 창출, 인구 증대, 지역 농산물 구매, 관광객 증가, 장학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이 진행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대한민국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례자연드림파크 박치현 팀장은 “영화제나 락페스티벌 등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이곳에서도 즐길 수 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늘고 지역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구례군은 아이쿱과 함께 자연드림파크 2단지를 조성 중에 있다. 아이쿱 관련 6개 기업은 2019년까지 469억원을 투자해 4만9,000㎡ 부지에 친환경 제분공장, 식료품 저장 물류센터, 베이커리케이크 공장, 절임배추와 채소류 처리 공장, 친환경 사료공장을 건립한다. 투자가 완료되면 250명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연드림파크 인근에는 9만1,000㎡ 규모의 친환경 채소단지를 조성하고 객실 46실, 수영장을 갖춘 가족호텔과 100여세대의 주택단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어 구례군은 지난 4월 군 전체를 친환경농업지역으로 선포하고 자연드림파크와 친환경 생산ㆍ유통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군 전체를 친환경농업지역으로 선포한 것은 전국에서 구례군이 최초다. 이에 따라 군은 친환경농업도시 10개년 계획 수립하고 전남도는 구례군의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유기순환센터, 친환경육묘장, 공동작업장 등을 설치해나가고 구례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이 아이쿱에 전량 납품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서기동 구례군수는 “자연드림파크는 주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여주고 지역과 동반 성장하면서 관광ㆍ문화가 어우러진 전국 최대 규모의 6차산업화 실현으로 지역발전을 이끌고 있다”며 “친환경 농산 가공품 생산ㆍ공급은 물론 체험ㆍ관광의 명소로 성공하도록 지원하고, 구 지리산역사문화체험단지, 수달생태공원, 섬진강 순환 탐방로 등 지리산과 섬진강을 연계한 매력적인 관광자원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데 행정을 집중해 활력 넘치는 농촌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구례=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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