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습고교생 추모문화제
“그 누구의 죽음에도 물음표가 달리지 않길 바란다. 사고로 희생된 학생의 이야기는 저 자신은 물론 또래의 수많은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23일 저녁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제주지역 노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가 마련한 추모문화제에서 고민성(19)군은 사고로 숨진 고(故) 이민호군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수능 시험을 끝내고 문화제를 찾은 고군은 “이군의 죽음은 어른들이 만든 시스템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세월호도 그렇고, 이번 일도 의문이 남아 있으면 안된다”고 호소했다.
이날 추모문화제는 사고로 숨진 이민호군의 열여덟번째 생일을 맞아 ‘THE SADDEST BIRTHDAY’(가장 슬픈 생일)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추모사를 낭독한 김여선 참교육제주학부모회 대표는 “돈을 벌어 부모에게 힘이 되려했다는 민호의 얘기를 듣고 더 가슴이 미어진다”며 “우리 아들, 딸들이 존중 받으며 일하고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영조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청소년노동인권사업단장은 “아이가 죽었는데 책임지겠다는 어른들이 없다”며 “사고가 발생한 지 14일째가 됐지만 제주도교육청은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고, 해당 학교는 제자가 숨졌는데 단 한마디의 공식사과도 없다. 무책임, 무대책, 무능력함을 보여 주고 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지금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현장 실습에 나갈 400여명의 학생들이 또다시 위험하다”며 “현장실습의 적폐를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9일 오후 2시쯤 제주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내 A업체 공장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도내 모 특성화고 3학년인 이군은 제품 적재기의 상하작동설비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목뼈 골절 등 중상을 입은 이군은 제주시내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던 중 열흘만인 지난 19일 끝내 숨졌다. 현재 이군의 유족들은 이번 사고 발생 업체가 사고의 책임을 이군에게 떠넘기려하는 것에 반발하면서 지난 21일 예정이었던 발인을 미루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24일 오후 제주를 직접 방문해 사고가 발생한 업체를 직접 방문해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이군의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만날 예정이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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