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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전 ‘사드 보복 철회’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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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전 ‘사드 보복 철회’ 빨간불

입력
2017.11.23 18: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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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3불이행 철저한 이행 요구에만 집중

‘단계적으로 갈등 봉합’ 강조

정부 치밀한 사전 전략 필요할 듯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베이징=연합뉴스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베이징=연합뉴스

내달 한중 정상회담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 극복의 실질적 전기로 삼으려던 문재인 정부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이 정상회담 전 가시적인 보복 조치 철회 요구에는 철벽을 두른 듯 묵묵부답인 채 이른바 ‘3불(不) 이행’ 요구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로선 사드 갈등 ‘봉인’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풀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치밀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3일 베이징(北京)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한중관계를 제반 분야에서 정상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 방중에 앞서 재중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 해소와 양국 간 인적교류 활성화가 이뤄져야 함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전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가진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다. 강 장관은 왕 부장의 반응에 대해 “중국의 기존 입장을 다시 표명하고 양국 간 제반 분야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장관의 주장과 왕 부장의 반응은 지난달 31일 한중 양국이 사드 갈등 봉합에 합의한 뒤 그간 양국이 각기 강조해온 핵심내용이다. 우리는 한국 단체관광 재개와 금한령(禁韓令ㆍ 한류 금지령) 해제, 재중 한국 기업들의 불이익 개선 등 사드 보복 조치의 철회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고, 중국은 사드 추가배치ㆍ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ㆍ한미일 군사동맹 추진 등 3가지가 없을 것이란 3불의 철저한 이행만을 우리 측에 요구해왔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한중 정상회담의 의제를 논의하는 외교장관 회담에서조차 양국은 기존 입장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조급해지는 건 우리 쪽일 수밖에 없다. 사드 보복 조치에 따른 우리 기업들과 문화ㆍ관광분야의 피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보기에 따라선 정상회담 전에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과실’은 이미 걷어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의 대중 외교가 유약하다는 지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 한중 외교장관 회담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공식자료에서 강 장관의 사드 보복 조치 철회 촉구는 언급하지 않은 채 왕 부장의 3불 이행 요구만을 강조했다. 인민일보 등 관영매체들도 일제히 3불 약속을 주장하며 사드 갈등 해소의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우리 내부에서 중국이 한국의 안보주권에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중국이 사드 갈등 봉합과 관련해 ‘단계적 처리’를 강조하는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중국이 쓰는 표현과 우리가 이해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면서 “우리가 말하는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이 아니라 현 단계에서(at the current state)라는 의미”라며 “한중 간 인식 차이를 인정한 가운데 상황을 관리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3불과 관련해 중국 측이 우리의 행보에 불만을 가질 경우 언제든 사드 갈등을 촉발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고, 일각에선 중국이 공개적으로 사드 철수 목표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역시 우리 내부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올해가 수교 25주년임에도 사드 갈등으로 인해 한중관계가 최악이란 평가가 나온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방중이 국빈방문으로 합의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면서 “다만 사드 갈등을 극복하는 실질적ㆍ가시적인 조치를 끌어내야 한다는 부담도 그만큼 커진 상황이라 한중관계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과 꼼꼼하고 치밀한 전략 없이 단기 성과에만 급급하다간 저자세 외교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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