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4월에 처음 만난 학생들의 간절한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대구 달서구 서남시장 내 삼일야간학교 김대희(65) 교장은 45년째 야간학교를 운영하며 자신도 여전히 공부하는 만학도다. “야학 다닌 기간을 학년으로 따지면 45학년이다”는 김 교장은 20살 대학 입학 때 야학교사로 인연을 맺은 후 45년째 한 우물을 파고 있다.
한글반과 문해반, 중ㆍ고등반 4학급에 35명의 학생이 다니는 이 야간학교에는 대학생 자원봉사자 20명이 야학교사를 맡고 있다. 교사들은 각자 주 3회 저녁 7∼10시 학생들을 가르키고 있다. 월급 한 푼 받지 못하는 이들은 오히려 매월 5,000원의 학교발전기금을 내고 일일찻집도 운영한다.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김 교장도 매년 사비 2,000만∼3,000만원을 털어 야학에 보태고 있다.
그가 야학과 인연을 맺은 건 1972년 대학에 입학했을 때였다. 신입생 환영회 때 선배로부터 “교사가 모자라 야간학교가 어려움을 겪다”는 말을 듣고 야학교사를 자원했다. 군 제대 후 자신이 다녔던 야간학교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자 후배들을 모아 학교를 이끌어갔다. 1978년 그는 교장 없는 교감으로 취임해 학교 살림까지 꾸렸다. 그도 학생들과 마찬가지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교사가 됐다.
야간학교의 재정은 항상 두통거리였다. 행정기관의 지원 덕분에 임대료는 해결했지만 운영비가 문제였다. 한 해 평균 3,000만원이 넘는 운영비의 대부분은 김 교장의 사비와 사회기관의 도움으로 운영됐다.
1990년대 들어서 경제 급성장에 따라 야학의 학생에도 변화가 생겼다. 어린 학생 대신 한글을 떼지 못한 노인이나 뒤늦게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만학도들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에는 81세 할머니가 입학해 한글을 배웠다. 구부정한 허리에 어깨가 축 늘어진 할머니는 당초 모기 목소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큰 소리로 신문도 읽고 있다.
매년 95%가 넘는 검정고시 합격률과 40%를 초과하는 대학 진학률을 보이는 이곳에는 올해 13명이 고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10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김 교장도 최근 수년째 자신부터 ‘학생들과 같이 공부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자격증 취득을 위해 불을 밝히고 있다. 2014년에는 자동차정비기능사, 2015년 교통사고분석사, 심리상담사, 문해교육교사 자격증, 지난해에는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한데 이어 올해는 신재생에너지 태양광발전설비기사 필기시험에도 합격했다.
김 교장은 “45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인생을 배웠고, 앞으로도 야학은 내 인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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