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군인 동료 출신, 인간적으로 안타까워”
법사위서 개인적 심경 밝히자 여당 의원들 당황
박범계 “국방 안보 정책을 인간적으로 접근하냐”
송영무 “부적절한 발언, 군 정치개입 근절해야”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11일 만에 석방된 데 대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가, 여당 의원의 질타를 받고 뒤늦게 사과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송 장관은 군인 출신으로 같이 근무한 동료에 대한 개인적 심경을 내비친 것이라지만, 국무위원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송 장관은 김관진 전 장관이 석방된 데 대한 소회를 묻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소회라기보다는 참 다행이다. 같은 동료로 같이 근무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서로 입장이 다르다 하더라도, 정치가 참 무정하지 않나. 군인으로서 어느 분이 더 선배냐”고 묻자, 송 장관은 “김관진 장관이 1년 선배”라고 답하며 김관진 전 장관 석방 화제를 이어갔다. 김 의원은 “북한이 (김 전 장관) 허수아비를 만들어 총검술 연습을 할 정도로 김정은 정권에서 두려워하고 증오하던 사람을 그렇게 잡아 넣어야 되겠나”며 “우리 대법원에서 한 일 중에 시원하게 속이 다 뚫리는 일이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송 장관의 ‘너무도 인간적인’ 발언에 김 전 장관 석방을 비판하느라 목소리를 높이던 여당 의원들은 적잖이 당황해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조차 “국무위원인 국방장관이 그런 발언을 하면 오해를 한다”고 주의를 줬을 정도다.
그러나 송 장관은 여전히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차 “김관진 전 장관의 혐의를 아느냐. 그 부하와 심리전단장 구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질문에도 송 장관은 “인간적으로 안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국회 출석 때마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내 정무감각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박 의원이 재차 “안보수장으로서 국방 안보 정책에 대해선 인간적으로 접근하지 않을 것 아니냐”거나 “장관의 ‘다행이다’라는 표현은 가지 않아야 할 길에 대해서까지 인간적으로,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그제서야 송 장관은 “법사위 국감 당시 사이버사의 정치 개입 문제에 대해 모든 영역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처벌을 주문했고 이는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건 끊겠다는 각오였다”며 “다만 김진태 의원이 소회가 어떠냐고 물어서, 같은 군인, 동시대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한 동료에 대한 마음에서 그랬다. 그러나 적절한 표현은 아니었다”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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