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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KBO리그 인기구단 LG가 팀 리빌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양상문(56) 단장-류중일(54) 감독’ 체제의 과감한 시도가 내년 시즌 어떤 결과를 낳을지 벌써부터 관심을 불러 모은다.
지난 22일 LG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하루 사이에 4명이 팀을 빠져 나갔고 1명은 방출됐다. 이날 오전 정성훈(37)이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오후에는 2차 드래프트에서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들지 못한 손주인(34ㆍ삼성), 이병규(34ㆍ롯데), 유원상(31ㆍNC), 백창수(29ㆍ한화)가 타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정성훈은 여기에서도 호명을 받지 못해 야구 인생의 기로에 놓였다.
오랜 기간 LG에 몸담았던 선수들이 대거 유출됐다. 외야수 이병규는 2006년 LG 육성선수로 입단해 11년 간 한 팀에서만 뛴 ‘LG맨’이다. 백창수 역시 2010년 데뷔해 줄곧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손주인은 2002년 2차 3라운드 24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뒤 2013년부터 LG로 이적했고, 그 해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힘을 보탰다. 2007년 한화에서 데뷔한 유원상은 2011년부터 LG에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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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LG 단장(왼쪽), 류중일 LG 감독(오른쪽)/사진=OSEN
특히 간판 타자 정성훈의 방출은 선수나 팬들에게 충격적이었다. LG 구단 관계자는 “양상문 단장이 정성훈과 대화를 나눈 뒤 방출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정성훈은 올 시즌 115경기에서 타율 0.312, OPS(출루율+장타율) 0.828을 기록했다. 1999년 해태(KIA 전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정통 LG 맨은 아니지만 2009년부터 올해까지 9년 동안 LG에서 뛰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LG는 올 시즌 6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뒤 팀 리빌딩에 불을 붙였다. 야심차게 새 시즌 사령탑에 류중일 감독을 앉히고 전임 양상문 감독에게는 단장직을 맡겼다. 류 감독은 지난 달 취임식에서 “2~3년간 LG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추진한 리빌딩을 한 마음으로 이어가야 한다”며 “LG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선후배간 경쟁으로 미래를 향해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연장선에서 LG는 이날 2차 드래프트에서 외야수 이진석(22ㆍ전 SK)과 내야수 장시윤(24ㆍ전 넥센), 신민재(21ㆍ전 두산)를 지명하며 젊은 야수 보강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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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은퇴)/사진=OSEN
LG는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인기 구단이다. 류중일 감독도 그 무게를 잘 알고 있다. 류 감독은 “인기 구단인 LG의 새 감독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임무를 다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구단의 파격적인 행보에 대해 팬들은 아직 의구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무늬만 LG’라는 지적도 나온다. LG 팬들 중에는 팀의 베테랑 야구에 애정을 쏟은 이들이 많다. 그러나 LG는 2015년 말 이진영(37)이 kt로 이적한 데 이어 지난 해에는 이병규(43)가 은퇴했고, 이번엔 정성훈도 팀을 떠났다.
리빌딩 명목으로 휘두른 칼에 베테랑들이 떠나면 남은 선수들도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 단장-류 감독’ 체제는 내년 시즌 팀 성적 향상뿐 아니라 분위기 수습과 팬들의 마음 달래기라는 숙제들을 한꺼번에 떠안게 됐다.
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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