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받아야 할 돈(순대외채권)이 4,474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당시 해외에 갚아야 할 돈이 더 많던 시절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한때 650%를 넘던 단기외채 비중도 30% 아래까지 낮아졌다.
23일 한국은행의 ‘9월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 규모는 4,474억달러로 2분기 말보다 243억달러 증가했다. 2012년 3분기 이후 5년 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말 우리나라는 대외채권보다 대외채무가 637억달러 더 많은 ‘순대외채무국’이었지만 2000년부터 대외채권이 대외채무를 초과해 꾸준히 채권 규모가 늘고 있다. 최근엔 장기간 경상수지 흑자로 국내로 유입된 자금이 기관투자가 등을 통해 다시 해외로 재투자되는 현상이 대외채권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3분기말 기준 대외채권은 8,565억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대외채무는 4,091억달러로 집계됐다.
외환위기의 직접 원인이 됐던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 비중도 크게 낮아졌다. 3분기 말 기준 총 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9.3%,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31.1%를 기록했다.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657.9%에 달했던 1997년 말이나 79.3%에 이르던 2008년 9월말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단기외채 증가는 금리인상 기대로 투자자들이 투자기간을 길지 않게 잡고 있기 때문으로, 단기외채 비중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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