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원한다면 모든 문제를 10분 안에 해결할 수 있다.”
지난 8월 백악관을 떠났던 세바스천 고르카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22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거론한 언급이다. 그는 “중국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등을 차단하며 북한을 완전 고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며 “북한은 재빨리 굴복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중국이 미친 이웃의 고삐를 죄는 데 얼마나 진지한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에서 고르카와 함께 일했던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도 최근 NH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중국의 속국(client state)이다”라며 한술 더 떴다. 그는 “중국은 북한에 대한 엄청난 지렛대를 갖고 있다”며 “북한에 석유를 공급하는 나라가 중국이고, 북한의 경제 건설에 관한 모든 것을 공급하는 나라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 모두 백악관을 떠났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 세력인 이른바 ‘대안 우파’가 믿는 중국 역할론에 대한 인식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르카는 배넌이 창설한 온라인매체인 브레이트바트 외교안보 에디터로 일했고, 배넌은 공화당 주류 교체를 외치고 있는 대안 우파의 리더 격이다.
북한 대외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배경으로 한 중국 역할론은 워싱턴 외교가도 대체로 공유하는 것이지만, 이들은 중국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하면서 북중 관계를 단순하게 바라보는 일종의 ‘절대적이고 기계적인 중국 역할론’을 펴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중국에 정치적으로 종속돼 있다는 취지의 언급은 북중 역사를 감안하면 사실상 무지에 가깝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들로부터 지속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과 며칠마다 통화한다”고 여러 차례 자랑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배넌에 대한 신뢰를 여러 번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빈손 귀국’으로 끝난 중국의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 트윗터를 통해 “큰 움직임”이라며 과도한 기대감을 표한 것도 이들의 영향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과대 평가된 중국 역할론’은 북미 직접 대화를 외면하게 할 뿐만 아니라, 대중 접근에서도 냉온탕을 오가게 해 북핵 해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함정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역으로 과도한 실망이나 불만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언급이 수시로 바뀌고 대중 정책도 ‘협력과 압박’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 언론에선 이를 두고 진작부터 “중국에 대한 조울증적 태도”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다수의 중국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원유만 끊으면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으로 단순하고, 순진하게 생각하면서 중국의 제한된 대북 영향력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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