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필요해? 금반지로 대신 받을게.”
지난 8월 인천 부평구에 있는 불법 성인PC방에서 ‘바둑이’ 도박을 하던 40대 초반 남성 A씨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도박을 하려면 사이버머니가 필요했는데, 주머니는 텅텅 비어 있었다. 그 때 사장 자리에 있던 송모(45)씨가 던진 솔깃한 제안. “돈 빌려줄 테니까 갚을 돈 없으면 나중에 반지 같은 귀금속 가져와도 돼.” 이 말에 A씨는 12일과 14일 두 차례 14K 금반지 등 귀금속을 주고 사이버머니를 받아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A씨가 전한 귀금속이 모두 장물이라는 것. 5월 중순부터 11월까지 서울 마포·서대문·강서구, 경기 수원시와 인천시 등 수도권 일대 가정집을 돌면서 훔친 물건이었다. 게다가 송씨 제안이 있고부터는 아예 게임비 마련 목적으로 절도를 하기 시작했다. 15번이나 남의 집 담을 넘어 가 훔쳐낸 물건이 모두 3,000만원 가량. 그들 대부분은 송씨에게 전해졌다.
하지만 A씨는 지난 12일 느닷없이 경찰에 자수를 했다. 과거에도 절도죄로 조사를 받고 구속이 됐던 서울 마포경찰서를 스스로 찾아갔다. A씨는 경찰에서 “사이버 도박 자금을 얻기 위해 도둑질을 할수록 죄가 커지는 것이 두려웠다”고 했다. 그가 자수함에 따라 송씨도 법망을 피하지 못하고, 장물죄 및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구속됐다. 송씨는 A씨가 준 귀금속이 장물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22일 A씨와 송씨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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