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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남은 LG, 빗나간 리빌딩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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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남은 LG, 빗나간 리빌딩의 끝은

입력
2017.11.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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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선수들을 중용해 LG 재건에 성공했던 김기태 KIA 감독은 “그들의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팀의 전력이며 또 구단의 재산”이라고 했다. 그랬던 김 감독이 나간 뒤 LG의 부활에 앞장섰던 선수들도 2014년 시즌 종료 후부터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나, 둘씩 팀을 떠났다. 김선우와 현재윤이 유니폼을 벗었고, 임재철과 권용관은 각각 롯데와 한화로 이적했다가 은퇴했다. 류택현(kt 코치), 이상열도 마찬가지였다. 박경수(kt)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팀을 옮겼다. 지난 시즌 뒤에는 이진영(kt)이 2차 드래프트에서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들지 못해 이적해야 했고, 이병규(9번)는 끝없는 2군 생활 끝에 강제 은퇴 수순을 밟았다. 설 자리를 잃은 정현욱과 김광삼도 유니폼을 벗었고, 최경철은 방출을 자청했다.

올해엔 정성훈과 손주인이 실체 불명 리빌딩의 희생양이 됐다. LG에서 두 번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한 정성훈은 두 번째 자격을 얻었을 때 타 구단의 러브콜이 있었지만 LG와 의리를 택했다. 그러나 몇 년 뒤 돌아온 건 미래에 대한 보장조차 없는 단 몇 마디의 방출 통보였다. 지난 2년 간 입지가 좁았던 손주인도 삼성에서 함께 했던 류중일 감독의 부임과 함께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류 감독이 삼성 감독으로 있을 때 손주인이 LG로 트레이드 됐지만 당시는 구단 간의 ‘비즈니스’였을 뿐이다. 동료들 사이에서 차기 주장으로까지 추대되는 분위기였던 손주인은 일본 고치에서 마무리훈련 도중 충격적인 이적 소식을 접했다.

LG는 2000년대 초반 이상훈, 유지현(이상 LG 코치), 서용빈, 김재현 등 30대 초ㆍ중반에 불과했던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이런 저런 이유로 내쫓다시피한 뒤 구심점이 사라져 최악의 침체기를 겪었다. 반복된 악습의 표면적인 구실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지만 당시 소위 노장으로 취급 받던 선수들은 그래도 최소한의 기회를 얻었다.

최근 3년간 쫓겨난 선수들은 예우도, 커리어도, 이름값도 다 버렸고, 선배 구실을 할 생각도 없었다. 공정한 경쟁 기회 부여조차 아깝다면 반만의 기회만 주어져도 이길 수 있는 선수들이지만 명분 없는 내침의 칼바람 끝에 살아 있는 선수는 박용택뿐이다. 정현욱은 지난해 LG를 떠나며 “1군 선수들이 정해져 있는 LG에서는 지도자 생각도 없다. 피땀 흘리는 2군 선수들에게 열심히 하면 1군에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조차 줄 수 없는 코치가 무슨 코치 자격이 있겠느냐”고 미련 없이 짐을 쌌다. LG는 타 팀 선수들에게도 인기 구단으로 꼽혔지만 비참한 말로를 목도하며 점점 발을 들여 놓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LG는 잘 알려진 대로 1990년 창단한 야구단을 발판 삼아 1995년 그룹 CI를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꿀 만큼 인기로 먹고 산 구단이다. 폭발적인 흥행 몰이에 앞장선 건 스타플레이어들의 존재였다. 팬들은 그들을 보기 위해 비싼 돈을 내고 야구장을 찾는다. 육성도 좋고 세대교체도 좋지만 인위적이고 무차별적인 퇴출은 팬들의 권리까지 뺏는, 프로야구단 운영 의 기본을 망각한 처사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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