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결국 미얀마 정부군의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향한 폭력을 인종청소(ethnic cleansing)로 규정하며 공식 규탄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알려진 사실을 철저하게 분석한 결과 북부 라카인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로힝야에 대한 인종청소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미얀마의 치안군과 지역 자경단이 라카인주에 거주 중인 로힝야족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겼다고 비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미 지난 9월 로힝야 난민 사태를 인종청소로 규정했지만 미국은 그 동안 신중한 태도를 취해 왔다. 미국이 미얀마를 로힝야 문제로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아웅산수치가 이끄는 민주파 정권의 입지가 약화하고 미얀마가 미국에서 멀어져 친중국노선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 그러나 틸러슨 장관이 이날 인종청소 규정을 공식화하면서 로힝야 사태를 둘러싸고 미얀마를 향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의회의 압박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잔혹행위의 주체들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며 미국 정부는 완전한 진상조사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 책임 있는 관련 특정 주체들을 대상으로 한 제재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2015년 아웅산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총선 승리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이후 미얀마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의미로 2016년 미얀마 대상 제재를 완화한 바 있으나, 올 초에는 미얀마 군부 인사 일부에게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 제재를 다시 강화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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