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지진 여파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예정일(16일)보다 1주일 미뤄져 열린다. 오는 23일 오전부터 전국 85개 지구 1,180개 시험장에서 동시에 치러진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 왜 수능은 11월 둘째 혹은 셋째 주 목요일에만 열릴까?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펴낸 ‘대학수학능력시험 20년사(1994~2013)’에 따르면 수능 실시 요일은 2007년부터 목요일로 바뀌었다. 문제지 배송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수요일이었다.
수능 본부는 시험 3일 전부터 각 시ㆍ도로 문제지를 배송한다. 수요일이 시험일이면 그 전 주 일요일부터 문제지를 배송해야 한다. 그런데 수능 전 주 주말만 되면 문제지 수송 트럭이 고속도로를 점령하는 상황이 반복되며 교통 혼잡이 초래됐다. 교육부는 이에 배송 시점이 주말과 겹치지 않도록 수능 요일을 목요일로 옮겼다. 2007년의 일이다.
수능이 11월 둘째, 셋째 주에 열리는 데도 나름 이유가 있다.
수능 원년인 1994년에는 수능이 1차, 2차로 나뉘어(8월 20일, 11월 16일) 열렸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교육과정이 마무리되는 11월 말로 수능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교육부는 1995ㆍ96년 수능을 11월 넷째 주 수요일에 실시했다.
그런데 이번엔 기온이 문제가 됐다. 쌀쌀한 날씨 탓에 수험생들이 수능을 치르는 데 애로사항이 생긴 것. 교육부는 이에 1997년부터 날씨가 상대적으로 덜 추운 11월 셋째 주로 수능 날을 앞당겼다. 2002년부터는 다양화한 대학 입학 전형에 따른 입시 전형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1주 더 앞당겨 11월 둘째 주에 수능을 치렀다. 지금처럼 11월 둘, 셋째 주 사이에 수능이 열리기 시작한 건 2005년부터다.
포항을 강타한 지진으로 ‘수능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수능이 미뤄진 것 자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06년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로 11월 넷째 주에 수능이 치러졌고, 2011년에는 G20 정상회의로 11월 둘째 주에서 1주 연기된 셋째 주에 수능이 개최됐다. 다만 천재지변을 이유로 수능이 미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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