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2주기 추도식 참석
“통합과 화합 마지막 유훈 되새길 것”
“독재 어둠 깨치고 민주주의 새벽 불러와”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대한민국을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국민의 화합과 통합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두고 좌우 진영이 또다시 극한 대립할 조짐을 보이자 문민정부의 통합정신 계승을 강조함으로써 중도보수도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추도사를 통해 “독재와 불의에 맞서 민주주의의 길을 걸어온 정치 지도자들이 많이 계시는데 김영삼이라는 이름은 그 가운데서도 높이 솟아 빛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970년대 유신정권에 맞선 야당 지도자로서 김 전 대통령의 삶을 회고하며 “이 땅에 다시 드리워진 독재의 어둠을 깨치고 민주주의 새벽을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문민정부가 연 민주주의의 지평 속에서 대통령님이 남기신 통합과 화합이라는 마지막 유훈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영삼 대통령께서 연 문민시대는 민주주의를 상식으로 여기는 세대를 길러냈다”며 “권력의 부당한 강요와 명령에 맞서고 정의롭지 못한 정치를 거부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문민정부 이후 우리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김 전 대통령 추모식에도 참석해 진영을 초월한 통합 행보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한창이던 지난해 1주기 추모식 때 불참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4ㆍ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광주민주항쟁, 6월항쟁이 역사에서 제 자리를 찾았던 때가 바로 문민정부”라면서 지역 화합의 의지도 전했다. 영호남 민주화 세력이 뭉쳐 문민정부를 열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도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아 보수ㆍ영남을 끌어 안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군의 사조직을 척결하고 광주학살의 책임자를 법정에 세웠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는 경제정의의 출발이었다”고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신속했던 개혁의 원동력은 민주화와 함께 커진 국민의 역량과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과 개혁과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계속된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추도사 낭독에 앞서 고인의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의 안내로 김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어 휠체어를 타고 기다리던 고인의 부인 손명순 여사의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추모식에는 김덕룡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등 상도동계 인사들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ㆍ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안철수 국민의당ㆍ유승민 바른정당ㆍ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각 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홍걸씨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도 자리에 함께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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