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확립한 ‘망 중립성 원칙(net neutrality)’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망 중립성 원칙이란 인터넷망사업자(ISP)가 망 이용자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ISP는 데이터의 접속량이나 내용 등에 따라 이용자들의 서비스 속도를 차별하거나, 우선권을 주거나, 접근을 금지해서는 안된다. 이는 인터넷망을 공공재로 간주하는 원칙으로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FCC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는 기구인 만큼 폐기가 확정되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연방정부가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통제와 관리를 중지해야 한다”며 폐지 원칙을 밝혔다. 구체적인 폐기 방안은 22일 공개된다. FCC는 내달 14일 전체회의에 망중립성 원칙 폐기 안건을 상정하는데, FCC 위원(5명) 중 공화당이 다수(3명)이기 때문에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망 중립성 원칙을 강력히 지지했던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15년 2월 FCC는 망중립성 강화규정을 통과시켰으나, 탈규제 기조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 원칙이 ISP의 인터넷망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킨다며 폐기 입장을 밝혀왔다.
파이 위원장의 결정에 대해 이를 지지해온 ISP와 이에 반대해온 플랫폼 사업자, 소비자단체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미 거대 통신 기업인 AT&T의 조앤 마쉬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망 중립성 폐지로 ISP는 투명한 망 관리를 요구받게 됐다”며 환영의사를 표시했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인 구글 측은 성명을 내고 “망 중립성 원칙은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준 원칙으로 파이 위원장의 제안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컨설팅 회사인 엠프라타가 지난 8월 망중립성 존폐관련 의견을 접수한 결과, 유지 의견이 180만건으로 폐지 의견(2만4,000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AP통신은 이번 결정은 구글, 페이스북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 뿐 아니라 고속인터넷망에 대한 용이한 접근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왕구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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