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대자보를 붙여 성추행 누명을 쓴 교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제자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4단독 김웅재 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A(26)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A씨가 학내에 부착한 대자보는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니라 목격자와 증거사진까지 있는 것처럼 표현해 진실로 인식되도록 했고,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교수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에 이르고 말았다”며 “대자보를 게시할 당시 A씨는 떠도는 소문 내용과 성추행 피해자를 알고 있었음에도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피해자를 만나 진상을 파악하라는 주변 만류에도 대자보를 붙인 경위는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B 교수는 지난해 3월 말 경북 경주시 야외스케치 수업 이후 가진 술자리에서 제자를 성추행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한달 뒤 학내에는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거짓 대자보가 붙었다. 괴로워하던 B 교수는 그 해 6월 자신의 아파트 9층에서 투신했다. 유족은 경찰과 대학 측에 B 교수가 결백하다며 정식 수사를 요청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문제의 대자보를 붙인 사람이 B 교수의 제자인 A씨라는 것과 실제 성추행을 한 교수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대학 측은 졸업을 앞둔 A씨를 퇴학 처분하고, 성추행 교수를 파면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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