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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병사 의식회복… “결핵ㆍB형 간염에도 걸려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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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병사 의식회복… “결핵ㆍB형 간염에도 걸려있어”

입력
2017.11.22 16: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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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회충ㆍ개회충으로 확인

“사망하지 않을 것” 의식 회복

李 교수 “기생충 등 공개한 건

수술부위 터질 우려 때문…

총상 아닌 문제로 목숨 잃으면

우리 의료진 어떻게 되겠나”

인권침해 논란에 섭섭함 토로

2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국종 중증외상센터장이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회복 상태 등을 설명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2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국종 중증외상센터장이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회복 상태 등을 설명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총 맞을 때 진짜 아팠어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하다 총상을 입어 위독했던 북한군 병사가 우리 의료기술 덕택에 깨어났다. 그는 자신의 생명을 건진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 이국종 중증외상센터장에게 농담을 건넬 정도로 회복됐다. 이 센터장이 틀어준 걸그룹 ‘소녀시대’의 노래를 듣고, 미국영화를 보며 통증을 잊고 있다. 그의 몸에서는 기존 알려진 기생충 외에 결핵ㆍB형 간염 등도 확인됐다.

오모(24)씨로 확인된 해당 병사의 1,2차 수술을 집도한 이 센터장은 22일 브리핑을 열어 “환자는 사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환자의 상태가 21일부터 좋아져 물을 먹기 시작했다”며 “이번 주말쯤에는 일반병실로 옮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귀순병사와 관련한 이 센터장의 브리핑은 지난 15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센터장은 “총상으로 소장을 40~50cm 가량 절단해 장폐색 등의 후유장애가 우려되나 내과 치료를 적절히 받으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관통상을 포함, 4발의 총상이 있었고 좌측 상지 등에 혈류장애가 발생, 팔과 다리 절단을 고려했으나 경과가 좋아 자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총격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우울감 등에 대해선 정서적 치료를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귀순병사는 이 센터장이 지난 18일 오전 9시쯤 기도에 삽관된 관을 빼내면서부터 기계호흡을 중단하고 자가호흡을 시작했다. 극심한 통증으로 비명을 지르기도 했으나 다음날 오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이 센터장은 병사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소녀시대 노래 ‘지(GEE)’의 오리지널 버전과 락 버전, 인디밴드 버전 등 3가지를 들려줬고, TV로 미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보게 했다. 그는 “환자에게 취향을 물어보니 걸그룹 노래는 오리지널 버전이 좋다 농담을 했고, 야구 이야기도 했다”며 “TV채널은 되도록 뉴스를 피해 틀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어디가 아프냐”고 묻자 병사의 첫 마디는 “‘총 맞을 때 진짜 아팠다. (근데) 지금은 안 아프다’였다”면서 “북에서 운전을 했다고 했지만, 귀순과정 등 심리적으로 자극이 될 만한 질문은 묻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과 정보당국의 합동신문 역시 환자가 충분히 회복된 한 달여 뒤에 하도록 합참의장에게 제안했다”고도 했다.

귀순병사의 병실에는 대형 태극기가 걸려있다고 한다. 이 센터장은 “북에서 왔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뜻에서 누운 환자가 가장 잘 보일 수 있는 위치에 태극기를 걸었다”며 “국기는 군에 직접 요청해 받았다”고 했다.

수술과정에서 귀순병사의 장에서 나온 수십 마리의 기생충은 회충과 개회충 등으로 확인됐다. 또 B형 간염과 후진국형 질병인 결핵에도 감염된 상태였다. 북한군의 열악한 보건위생 실태가 병사의 몸에서 다시 한번 고스란히 확인된 셈이다. 이 센터장은 “기생충은 다량의 약을 투여해 잡았고, B형 간염과 대량 수혈(1만2,000cc)에 따른 간기능 악화에 대해선 약물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그러면서 귀순병사의 몸에서 나온 기생충 등을 자세히 언급한 데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는 “환자를 간신히 살렸는데, 엉뚱하게 기생충이 수술부위를 뚫고 나와 문제가 생기면 그땐 우리 의료진이 어떤 비난을 감수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환자를 데리고 ‘돈벌이 쇼’를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서도 아덴만 영웅 ‘석해균 선장’의 수술사진 등을 담은 프레젠테이션(PPT)을 처음 공개하며 반박했다. 이 센터장은 당시 석 선장의 몸에 난 총상과 수술 이후 고름으로 붕대가 부풀어 오른 사진 등을 보이며 “환자의 인권인 ‘생명 앞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변과 피가 튀기는 수술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헬기 등에 긁힌 자신의 다리를 직접 내보인 이 센터장은 “북한군 환자도 전염성 높은 결핵과 간염에 걸렸지만, (이런 상태로) 피를 튀겨가며 에이즈 환자를 수술한 적도 있다”면서 “환자의 목숨이 달려있는데, 어떻게 미리 혈액검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이 센터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데 대해 자괴감이 든다”며 “미국이나 영국처럼 30분 이내에 병원으로 이송하고, 그 뒤 30분 이내에 수술적 치료가 이뤄지는 ‘골든아워(Golden hour)’가 적용되는 중증외상환자 의료체계를 서둘러 만들어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브리핑이 이뤄지는 과정에는 여러 차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 등을 인용, 귀순병사의 상태나 발언 등이 일부 잘못 알려지면서 아주대병원이 출처로 오해를 받은 탓이다. 이 센터장은 “합참의 오더가 먹히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오보 통제하려 한 것인데, 어디서 세어 나간 것인지 우리도 모르겠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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