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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란 이름으로 학생을 죽음으로 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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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란 이름으로 학생을 죽음으로 몰지 마세요”

입력
2017.11.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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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현장실습 고교생 사망 사고

제주대책위 출범 진상규명 나서

유족, 사고 은폐 반발 발인 미뤄

22일 제주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김영헌 기자.
22일 제주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김영헌 기자.
22일 현장실습 중 사고로 숨진 고등학생 이모(19)군을 추모하기 위해 제주시청 버스정류소 앞에 마련된 추모판에는 이군의 죽음을 애도하는 메모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22일 현장실습 중 사고로 숨진 고등학생 이모(19)군을 추모하기 위해 제주시청 버스정류소 앞에 마련된 추모판에는 이군의 죽음을 애도하는 메모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취업,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지 마세요” “같은 학생으로 슬프고, 미안합니다”

22일 현장실습 중 사고로 숨진 고등학생 이모(19)군을 추모하기 위해 제주시청 버스정류소 앞에 마련된 추모판에는 이군의 죽음을 애도하는 메모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앞서 지난 9일 오후 2시쯤 제주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내 A업체 공장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도내 모 특성화고 3학년인 이모군이 제품 적재기의 상하작동설비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목뼈 골절 등 중상을 입은 이군은 제주시내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9일 숨졌다.

제주지역 노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번 현장실습 고교생 사망사건(본보 11일자 5면, 21일자 12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대응에 나섰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참교육제주학부모회 등 제주지역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책위는 “우리가 더 빨리 사업장 내 취약한 지위에서 위험 업무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장실습 제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했다”며 “현장실습학생들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와 위험한 노동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또 “이번 사건도 현장실습의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조기취업으로, 숨진 이모군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일을 했고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루 12시간씩 혹은, 그 이상의 일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군은 또 추석 무렵 근무 중 사고로 갈비뼈가 다치는 산재도 당했지만 병가 이후 다시 출근했을 때 회사는 12시간 근무를 지시했고 그에 따랐다”며 “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작업해왔던 이군은 결국 참담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이번 사고 발생에 중대한 책임을 져야 할 회사가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고 현장실습 학생의 과실로 몰아가면서 공장을 정상화한다고 책임을 방기하고, 사고를 은폐하려 한다”며 “유가족과 함께 이군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원인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날 도교육청을 방문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에게 현재 진행 중인 학생 현장실습에 대한 전수조사, 동료 현장실습생에 대한 심리치료 시행, 사고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또 노동부에는 해당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특별안전보건근로감독을 비롯해 유가족과 대책위가 참여하는 현장조사를, 근로복지공단에는 산재 은폐 의혹 해소를 위해 유가족과 대책위가 참여하는 현장조사 실시를 각각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군의 18번째 생일이자 2018학년도 대학입학능력시험날인 23일 오후 6시 제주시청 조형물에서 현장실습 사망 고등학생 추모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 이군의 유족들은 이번 사고 발생 업체의 무성의한 태도에 반발하면서 21일 예정이었던 발인을 미루고 있다.

이군의 아버지는 “업체가 작성한 산업재해 보상보험 신청서에 사고 원인을 업체 측에 유리하게 하면서 사실상 아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며 “업체 대표는 빈소가 마련된 이후 한번도 조문을 오지 않은 것은 물론 진실된 사과조차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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