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내남면 진앙 주변지역
허물어진 담벼락 등 복구 안돼
주먹구구식 피해 보상 기준에
보상 못받은 주민은 더 울화통
“그래도 포항 대처 빨라져 다행”
지난해 9월 경주 5.8 지진 진앙인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에 혼자 살고 있는 이모(85)씨는 당시 허물어진 벽돌담을 아직 쌓지 못하고 있다. 작은 앞마당과 논 사이에 쌓였던 ‘ㄱ’자 담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 22일 이씨는 “돈도 없고, 벽돌 쌓을 힘도 없어 그냥 뒀다“고 말했다. 무너져 있는 담을 보며 이씨는 “보상금도 한 푼 못 받았다”고 했다. 경주시와 내남면에서 서너 차례 피해 실태를 조사해갔지만, 그뿐이었단다. 이웃들은 ‘담 소실’이 보상기준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남면에 따르면 지진피해 조사 당시 보상 기준은 ▦지붕 기왓장 보수 필요성 ▦콘크리트 벽 균열 크기 정도, 세부 기준은 없었다.
이에 따라 보상은 오락가락했다. 읍내인 이조리에선 “벽에 금이 조금 갔어도 보상금을 줬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지리 바로 옆 동네 용장리 주민들은 “(벽 균열이) 성인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가 아니면 보상이 안 된다고 해 보상받은 집이 몇 곳 안 된다”고 했다.
보상 대상 세대엔 피해 규모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피해보상금(100만원)과 위로금(90만원)이 지급됐다. 그래서 5,000명 정도가 사는 내남면은 ‘190만원 받은 집’과 ‘못 받은 집’으로 나뉜다. 주택수리보상금을 받았다는 공인중개사 A씨는 “기왓장을 새로 올리는 데 인건비만 100만원이 들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보상액이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못 받은 주민들 보면 미안하다”는 그는 “이렇게 찜찜할 줄 알았으면 (보상금을) 안 받는 편이 나았다”고 했다.
이곳 주민들은 15일 포항 지진 때도 제 일처럼 놀랐다. 그러면서도 “지난해보다 대처가 빠른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긴급재난문자 발송도 훨씬 빨랐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과감히 미루는 등 혼선을 막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주민들은 “재난지역 아픔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체계적 보상기준을 마련하고 집행에 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주=글·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