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의 죽음 이후부터 6ㆍ10 항쟁 전까지의 일을 담고 있는 영화 ‘1987’가 베일을 벗었다.
22일 오전 11시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1987’ 제작보고회에서는 장준환 감독, 배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이 참석했다.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특히 ‘지구를 지켜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등 늘 새로운 시선으로 이야기를 그려냈던 장준환 감독이 연출을 모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 감독은 기존의 근현대사 영화와 차별점이 있는지 질문을 받고 “이전 역사 영화들과 무관하지 않다. 1987년에는 온 국민이 나와서 대통령을 국민이 스스로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해낸 해다. 지금 이 시기에 돌아봐야할 것 같은 역사다”라고 설명했다.
‘1987’에는 매 작품마다 선 굵은 연기와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던 김윤석과 하정우를 비롯해,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이 출연한다. 김태리 외에는 모두 실존 인물 캐릭터를 맡았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박처장 역을 맡은 김윤석은 “이 인물을 통해 권력자가 얼마나 사람들을 제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타짜’나 ‘황해’에서는 자유로운 악인이었다면, 이번 캐릭터는 실존인물이었고 스스로 신념에 갇혀 자신의 인생마저 억누르는 인물이다. 자료 조사를 많이 했다. 이북 출신이 이남으로 와서 대공처장 오르기까지 신념과 자기만의 비하인드가 있다. 불행한 인물이며 시대가 만든 괴물이다. 악인이라기보다 ‘저 인간이 왜 이렇게 됐나’를 보여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하정우는 소신 있는 행동으로 부검을 밀어붙이는 최검사 역을 맡았다. 그는 “관객이 내 편에 서서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의를 실현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관객이 영화에 들어갈 수 있도록 쉽고 유연한 캐릭터를 표현하도록 노력했다”라고 이야기 했다.
김태리는 당시의 보통 사람들을 대변하는 87학번 신입생 연희 역이자 유해진의 조카 역을 맡았다. 그는 “유해진 선배가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의지를 많이 했었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장면을 앞에 몰아 찍고 대학생 연희 신은 뒤에 찍었는데, 가족들 가고 나니까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라며 “나 혼자 창조된 인물이다. 중반 지나서 등장하는데 선배들이 쌓아놓은 큰 에너지를 내가 그대로 가져가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유해진은 진실을 감옥 밖으로 전하려는 교도관 한병용 역을, 박희순은 대공형사 조반장 역을 맡았다. 이희준은 기자 역을 맡았으며, 이외에도 설경구, 오달수, 조우진 등 많은 배우들이 도움을 줬다.
장준환 감독은 “새로운 주인공이 계속 나온다. 결국 온 국민이 다 나온다. 국민이 주인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장편 7편정도 한 느낌이다.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감독으로서 이런 호사를 언제 또 누려보겠나 싶었다. 이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 해야 될 이야기에 동참해주신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이 다시 한 번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김윤석은 “배턴 터치보다는 쇼트트랙 느낌이다. 터치하고 빠지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밀어줬다가 다시 오는 느낌이다. 인물들이 빠지지 않고 계속 라운드에 있다”라고 말했고, 박희순은 “광장의 주인은 국민이다. 극장으로 와주시면 받들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1987’은 내달 27일 개봉한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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