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헌 수집작업 도중 발굴
中시 일부로 앞구절은 묘연
붉은 비단 위에 가지런한 먹글씨로 ‘風送漁舟到岸(풍송어주도안)’이라 썼다. ‘바람이 연안으로 고깃배를 보내네’라는 의미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2일 백범 김구(1876~1949)가 1948년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쓴 이 글씨를 강릉의 고택 선교장(船橋莊)의 고문헌 수집 작업 중 발굴,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구절은 ‘雨催樵子還家(우최초자환가ㆍ나무꾼이 집에 돌아가길 재촉하고)’에 이은 중국 시의 일부다. 앞 구절을 쓴 글씨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찾지는 못했다. ‘풍송어주도안’ 옆에는 작은 글씨로 ‘李燉儀志士雅正(이돈의지사아정)’이라 써서 독립운동 등에 도움을 준 선교장 주인 이돈의에게 고마움을 표한다는 뜻을 밝혀뒀다.
1760년대에 지어진 선교장은 세종의 형 효령대군 후손들이 자리잡은 곳으로 ‘당(堂)’ ‘헌(軒)’ ‘각(閣)’이 아니라 장원(莊園)을 의미하는 ‘장(莊)’자가 붙은 데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 최상층 양반 주택의 대명사다. 앞서 선교장에서는 김구가 쓴 ‘天下爲公(천하위공)’ ‘天君泰然(천군태연)’ 휘호도 발견됐으나 ‘천하위공’은 1962년 도난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