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도중 돌연 사임을 발표한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저녁 레바논에 돌아갔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하리리 총리는 21일 밤 프랑스에서 비행기편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도착했다. 그는 22일로 예정된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사우디 방문 도중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힌 그는 아랍에미리트를 거쳐 프랑스를 방문, 지난 18일 귀국을 예고한 바 있다. 하리리 총리는 이집트를 방문해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회담한 후 귀국했다.
하리리 총리의 귀국은 사임을 발표한 지 약 17일만에 성사됐다. 4일 그는 사우디 방문 도중 방송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히며 자신이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귀국 조건으로는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정치 관여 중단 등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레바논 내에서는 귀국을 거부한 하리리 총리가 사우디에 억류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의회와 내각 대부분이 그의 복귀를 요청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11일 공식 성명을 통해 “레바논 총리가 국제협약과 국가간 일반적인 규약에 반대되는 상황에 놓인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하리리 총리 사임 사건을 중동 내에서 이란과 대결 구도를 형성한 사우디의 ‘파워게임’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하리리 총리의 부친인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는 친사우디 성향이란 이유로 암살을 당한 바 있다. 부친의 성향을 계승한 정파 미래운동을 이끄는 하리리 총리는 사임 선언 때 “부친과 같은 운명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두려움을 표명했다.
미래운동은 수니파 무슬림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그의 대척점에 선 헤즈볼라는 이란과 시아파 무슬림의 지지를 받고 있다. 자연스레 하리리 총리의 사임도 이란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레바논 내에 내전상황을 만들어 내려는 사우디의 실권자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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