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따라 땅 흔들림 정도 나타내
기상청, 내년 재난문자 개선 추진
전문가 “한국형 진도계급 도입 필요”
‘11월 15일 14시29분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 규모 5.4 지진 발생.’
15일 오후 포항 지진 당시 기상청이 발송한 긴급재난문자의 내용이다. 지진이 발생할 때 방출된 에너지의 절대량인 ‘규모’에 대해서만 알려주고 있을 뿐, 실제 땅이 흔들리는 정도를 나타내는 ‘진도’ 정보는 없었다. 전국 각지에 거주하고 있는 국민들로선 이번 지진이 자신에게 어떤 피해가 있을지는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임성호(30)씨는 “1년 전 경주 지진 보다 규모가 작아 피해가 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울에서도 느낄 정도로 진동이 강해 놀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반도 지진 관측 사상 역대 두 번째라는 포항의 지진 규모는 5.4로 경주(5.8)에 비해 약했으나, 진앙의 ‘진도’는 두 지역 다 Ⅵ(6)으로 동일했다.
1년 여의 시차를 두고 연이어 찾아온 강진으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된 만큼 이제 규모 만이 아니라 진도를 중심으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규모와 진도는 둘 다 지진 크기를 나타내지만, 실제로는 다른 값을 나타내는 전혀 상이한 개념이다. 규모가 지진 자체의 에너지를 의미한다면 진도는 지진으로 해당 지역의 땅이 흔들린 정도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지진 발생 시 기상청이나 지진연구센터가 그 크기를 규모 단위로 발표하고, 긴급재난문자 역시 규모(3.0~4.0미만은 해당 광역시ㆍ도, 4.0 이상은 전국 발송)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진도에 대한 정보는 굳이 기상청 홈페이지 등을 나서서 찾지 않으면 알아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전국에서 동일한 수치인 규모와 달리 진도는 지진 발생 지점으로부터의 거리나 관측 지점의 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지진 발생 시 대피 등의 대응은 지진 규모가 아니라 진도를 기준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지진방재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은 지진 발생 시 규모가 아닌 자체 개발한 일본기상청(JMA) 진도계급을 기준으로 국민들에게 통보한다. 지자체별 대책도 이를 맞춰 세워졌다. 예를 들어 도쿄 내에서 진도 5강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위기관리센터 내 대책실을 마련하고, 관계부처의 국장급으로 구성된 긴급 소집팀을 집합시키는 식이다.
기상청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한다. 그래서 내년 중에는 규모 정보와 함께 진앙 중심의 충격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진도 정보도 함께 긴급재난문자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 언제부터 가능할지는 가늠하기 어려운데다 설령 진도 정보가 제공된다고 해도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일본 기상청의 진도계급을 사용하다가 2001년부터 미국에서 만든 수정 메르켈리(MMI) 진도계급을 적용하고 있는데, 국내의 지질 및 건축물 등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진도계급’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성룡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사는 “국내에서는 주로 중ㆍ소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는 점과 지역별로 높은 인구 밀도 특수성을 고려한 진도 측정이 필요하다”면서 “객관적인 수치인 ‘규모’보다는 지진 피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진도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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