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회계자료 분석 결과
“의원실서 쓴다고 해” 진술 나와
전병헌(59)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측근인 윤모(34ㆍ구속) 전 비서관이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횡령한 금액이 당초 1억1,000만원에서 5억여원으로 늘어났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이 회장을 맡은 시기에 협회가 조직적으로 돈을 빼돌린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21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협회 관계자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한 검찰은 윤씨가 협회에서 2013년부터 최근까지 허위 계약과 자금세탁을 통해 빼돌린 횡령 혐의 액수가 5억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했다. 앞서 검찰은 협회가 롯데홈쇼핑에서 받은 후원금 3억원 가운데 1억1,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윤씨 등 전 전 수석의 측근 및 지인 4명을 구속했는데, 최근 회계자료 등 협회 압수물품 분석을 해보니 혐의 액수가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이다.
해당 금액은 롯데 후원금과 같은 성격의 게임대회 후원금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무총장 조모(45ㆍ구속)씨와 검찰 소환조사 중 긴급체포됐던 사업국장 서모(39)씨 등 협회 핵심간부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한데다, 허위 계약이지만 공식적으로 맺은 것처럼 꾸민 장부가 있고 이어 수억원이 빠져나가는 자금흐름 구조를 협회 회장과 명예회장을 역임한 전 전 수석이 모를 수 없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더구나 조씨 등은 검찰에서 해당 자금에 대해 “윤씨가 (전 전 수석) 의원실에서 쓴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에 아무런 직함이 없는 윤씨가 전 전 수석 영향력 아래 협회에 후원금을 끌어 모으고, 일정액이 차면 자금세탁을 통해 의원실에서 쓴다는 명목으로 빼내가는 식이었다는 게 검찰 밑그림이다. 이에 검찰은 전 전 수석에게 윤씨와 같은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 전 수석은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17시간 조사를 받은 뒤 이날 새벽 3시35분쯤 초췌한 모습으로 귀가하면서도 “검찰에서 저에 대한 오해와 의문에 충분히 해명을 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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